우리 사회 일상이 된 혐오를 마주하다
작성자 : 강대신문
작성일 : 2022-05-13 20:38:03
조회 :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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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357호 2022년 5월 16일
발행일 : 2022-05-16

우리 사회 일상이 된 혐오를 마주하다

웃자고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무분별한 혐오표현 사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 ‘웃자고 한 말등의 이유로 서슴없이 혐오 발언을 하며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언론사에서는 방송 및 보도 관련 규정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13년 만에 방송강령, 윤리강령을 전면 개정한 MBC는 사회적 소수자 보호에 관한 원칙을 폭넓게 명시했다. 성별·혼인 여부 등을 근거로 차별·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차별금지 및 소수자 보호, 혐오표현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다양하고 심각하게 나타나는 혐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9월 진행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3%심각하다고 답하며 혐오표현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했다. 이는 오프라인 실생활의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는 응답보다 12.1% 높은 수치다. 또한, 국민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1년 동안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중 한 곳에서라도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0.3%에 달했다. ·오프라인에서 접한 혐오표현의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특정 지역 출신, 여성, 노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재학생 우 모 양은 한 남자 친구로부터 너는 왜 그런 게임을 하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로 게임을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혐오표현에 대해 끊임없이 나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답했다. 또한 인터넷 상에서는 노인이라는 단어 뒤에 벌레 자를 붙여 노인충’, 시끄럽게 떠드는 일부 할머니는 매미에 비유해 할매미등의 말이 생기며 노인 혐오가 만연한 상황이다. 2020년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의 ‘2019 노인혐오차별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50대 중 우리 사회에 노인 혐오표현은 존재한다라는 응답은 4점 만점에 3.17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혐오·차별 발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냈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가 JTBC 방송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벌였다. 전장연 시위를 둘러싼 논쟁과 장애인 권리에 관한 해법을 토론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으나 양측은 장애인 이동권을 확대하자는 기본적인 말 이외에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정해진 방송 시간을 넘겼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비문명적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며 지하철 발차를 지연하는 시위는 비문명적이라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가 혐오표현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회피하는 방법도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후보의 지지자 단국대 서민 교수의 지역 비하 발언은 논란이 됐다. 서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 섬네일에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라는 문구를 삽입했고 해당 섬네일과 영상은 호남지역 비하 발언이라며 비판받았다. 전라도 지역특산물에 빗대어 말한 홍어는 온라인 상에서 호남 사람들과 지역을 조롱할 때 사용된다. 이 같은 지역 비하 표현은 해당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언급하거나 사투리 흉내, 반어법을 이용한 조롱 등으로 나타난다. 지역에 대한 혐오표현으로는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에 국()자를 붙여 감자국’, 충청도 지역은 멍청도’, 전라도 지역은 전라디언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해당 지역을 다른 지역과 구분 및 배제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혐오표현은 개인의 출신 지역을 부정적으로 낙인 찍어 비하하며, 차별하거나 이웃과의 갈등을 조장한다. 심지어 편견의 강화로 해당 지역 사람들은 차별을 당해도 싸다라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생기기도 한다.

 

혐오와 차별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상황

최근 노키즈존에 담긴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예스키즈존이라는 팻말을 내거는 가게들이 생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며 이에 대한 반대의 뜻으로 생겨나는 사회적 흐름이다. 노키즈존에 대해 공용 공간에 아이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과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막고, 어른들도 편하게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고 싶다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여론 조사 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노키즈 존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1%에 달했다. 2017년부터 익명의 제작자가 제보를 받으며 운영을 시작한 노키즈 지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체 공간 혹은 일부 공간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식당 및 카페는 총 432곳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라며 식당 출입에서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키즈존이 앞으로 노장애인, 노시니어 등 다른 취약계층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라며 거부하고 싶은 대상은 배제해도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은연중에 심어주는 행위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 간의 갈등을 야기해 사회 통합에 방해된다. 표현 대상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증오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들은 사회적 위상을 위협받기도 한다. 차별이 고착화되면 차별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하위법규 또는 옥외광고물법 등에서 혐오표현을 일부 규율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구체적인 법 조항은 없다.

혐오 발언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혐오표현이 신상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 프로배구 선수가 악플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특정인에 대한 사이버불링문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정의당은 토론회를 열어 온라인 폭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온라인 폭력으로 인한 폐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와 플랫폼 업계가 혐오표현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이날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민정 교수는 깨진 유리창처럼 방치되고 있는 혐오를 입법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혐오표현을 방치할 경우 오히려 표현의 자유의 총량은 축소된다.”라며 혐오표현 규제는 침묵 당하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더 많은 표현을 낳는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차별은 제재해야 한다

지난 91백여 명의 시민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국회 앞에 모였다. 이에 참여한 한 단체의 집행위원은 차별받는 모두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차별은 차별일 뿐입니다. 그 차별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 차별금지법입니다.”라고 발언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무대에 올라 분노와 좌절은 정당하지만, 분노와 함께 동료 시민들을 북돋는 일을 절대 게을리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등으로 특정한 개인과 집단을 배제하고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헌법에 명시된 차별금지 원칙을 구체적인 법안으로 만들어 시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목적이다. 2007,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2010, 2012년에도 입법이 시도됐지만 이는 불발됐고, 지난해 6월에는 입법 청원 기준인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차별이 쉽게 확대될 수 있는 것은 문화적 차별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 강의에서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이런 사회 구조적 차별을 막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만연해 쉽게 해소할 수 없지만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편견이 혐오표현으로 발전하거나 차별 행위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라며 차별금지법 재정과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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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21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속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계층은 

여성, 특정 지역, 노인 순으로 나타났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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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의 피라미드에 따르면 단순한 편견에서 시작되는 혐오는 곧 증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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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와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은 식당, 카페, 영화관, 심지어는 펜션과 캠핑장까지 팻말을 걸고 있다. (출처: 시빅뉴스)


김주영 기자

<juyoung24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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