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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채용 시대, 공정성을 묻다
작성자 : 강대신문
작성일 : 2025-10-31 10: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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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425호 2025년 11월 3일
발행일 : 2025-11-03

AI 채용 시대, 공정성을 묻다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청년 구직자의 불안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인공지능(AI) 면접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세대에게 AI 면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거나 도입을 고려 중인 기업이 전체의 40.7%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p 증가한 것으로, AI 면접이 채용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AI 도입을 통해 면접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이면에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편향성과 불투명한 평가 기준이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AI 채용 면접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AI가 면접관의 주관적 편향(학벌, 외모, 사적 질문 등)을 줄이고, 서류 심사에서 걸러진 구직자들에게 기회를 줘 채용의 문턱을 낮춘다고 평가한다. 반면, AI가 학습 데이터의 성별, 지역, 직무 편향을 그대로 반영해 비주류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AI 채용 면접의 현황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공정성 기대와 불안을 함께 살펴보고, 실질적인 공정성 확보 방안을 모색해 봤다.
 
변화한 채용 면접의 현황
AI 면접은 이제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이 인재를 선별하는 핵심 절차로 자리 잡았다. 지난 7월 자연어 AI 전문기업 무하유의 통계에 따르면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를 도입한 기업 수는 2023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3배 이상 증가했고, 응시자는 6.4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98% 이상이 채용 절차에 AI를 도입했으며, 지난 2월 미국 AI 채용 서비스 기업 ‘하이어뷰’의 조사 결과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률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72%로 상승했다.
지원자는 카메라 앞에서 일정 시간 내에 질문에 답변하고, AI는 그 답변의 내용뿐 아니라 시선 처리, 표정, 말의 속도와 억양, 감정 변화를 종합 분석한다. 이렇게 수집된 비언어적 신호와 언어 데이터를 토대로 성향, 직무 적합도, 조직 적응력을 점수화한다. AI는 수천 명의 지원자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매력적인 도구다.
하지만 AI 면접은 구직자에게 또 다른 불안의 원인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순히 답변 내용을 준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AI가 분석하기 좋은 표정과 말투를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 커뮤니티나 강의 플랫폼에서는 ‘AI 면접 대비반’, ‘AI가 좋아하는 말투·표정 코칭’ 같은 강의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면접 결과는 ‘AI가 판단했다’는 이유로 명확한 설명 없이 통보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면접관이 아닌 카메라를 바라보는 낯선 환경 속에서,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AI가 과연 인간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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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가 지난 7월 공개한 2023년~2025년 상반기 AI 면접 활용 현황.
AI 채용 시스템이 구직자 10명 중 9명이 응시하는 채용 시장의 필수 요소로 빠르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출처: 무하유)
 
공정성 기대 vs 신뢰 불안, 청년의 양가적 시선
AI 기반 채용 시스템에 대한 청년 구직자의 인식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20~39세 구직자 1,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53.9%가 AI 기반 채용이 더 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절반 이상(57.7%)은 “인간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구직자의 67.7%가 기존 채용 과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30.9%)이 가장 많았으며, “AI가 주재하는 과정을 신뢰하지 못해서”(28.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구직자들이 AI의 객관성은 기대하지만, 그 과정과 평가 주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신뢰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AI 채용 경험자 중 AI 평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AI의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의 응답률이 40.3%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AI가 학습한 편견이나 편향이 자신에게 적용됐기 때문에’ (19.5%) 등의 답변이 나타났다.
AI 채용 면접을 경험한 우리 대학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최 모 학생은 “AI 면접을 보기 전에는 면접관의 감정적인 판단과 사적인 질문이 배제돼 비교적 공정할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학생은 AI 면접 이후 “면접 프로그램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람이 아닌 기계가 나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이 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 학생은 AI 면접을 준비하며 “특정 표정이나 말투를 연습해야 한다는 강의를 찾아보기도 했다.”라며 “이런 기계적인 준비가 내 진짜 성향이나 창의력을 보여주기보다는, AI가 원하는 정답 인간을 연기하게 만드는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AI 면접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이 어떤 기준에서 미달했는지 확인하고 다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피드백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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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청년 구직자 1,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7%가 인공지능(AI) 기반 채용보다는 기존 채용 과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
 
알고리즘 뒤편의 그림자, 편향과 블랙박스
AI 면접의 가장 큰 문제는 알고리즘 편향성과 블랙박스 문제로 요약된다. AI는 과거 기업의 채용 성공 사례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만약 이 데이터에 특정 성별, 학력, 지역 등에 대한 편향이 내재 돼 있다면, AI는 이를 학습해 차별을 재생산한다.
실제로 중국의 온라인 과외 서비스 기업 ‘아이튜터그룹’은 강사 채용 과정에서 활용한 AI 채용 서비스가 고령 지원자의 이력서를 자동으로 배제해 200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부당하게 탈락했다. 이는 학습 데이터의 편향이 실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대학 AI융합학과 임정욱 교수는 “알고리즘 편향성은 단순히 데이터가 편향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 설계가 함께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생성형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있을 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에 포함된 사회적 편향이 그대로 재생산될 위험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AI가 학습한 ‘자연스러움’이 곧 과거 패턴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어 임 교수는 신뢰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핵심 기술 자산인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내부 구조를 공개하기는 어렵더라도, AI 면접의 평가 단계와 기준을 지원자에게 명확히 안내하는 절차적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이 AI 시스템의 공정성과 편향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인증하는 알고리즘 감리제(algorithm audit) 도입을 통해 기술 보호와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위험군’ AI 채용, 기술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AI 채용 시스템의 불투명성과 편향 문제가 심화되면서, 공정성 확보와 차별 방지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는 알고리즘 편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차별 요소가 배제된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구직자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평가 기준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구직자들은 AI 면접 탈락 시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는 기업의 기술적 기밀 보호 문제와 충돌할 수 있지만, 면접 과정에서 차별적 평가 지표가 없다는 점을 검증하거나 종합적인 평가 결과와 권장 사항을 제공하는 수준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관련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I 채용 시스템이 초래할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결과가 구직자의 삶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통과된 유럽연합(EU)의 AI 법은 교육 및 직업 훈련, 고용 및 직원 관리에 관련된 AI 시스템을 ‘고위험 AI’로 분류해 채용 공고나 지원자 선별 등 고용 절차 전반을 포함시켰다.
영국 역시 지난해 채용 관련 ‘책임 있는 AI 가이드’를 발표해 부당한 편견과 차별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AI 도구의 도입 전후 단계별 고려 사항을 제시했다. 미국 연방고용평등위원회(EEOC) 역시 인종, 성별, 연령 등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주가 AI 도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가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미국의 일리노이주, 뉴욕시, 콜로라도주 등이 채용 관련 AI 규제 입법을 선도하며, AI 채용을 규제가 필요한 ‘고위험 AI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인공지능 채용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하는 등 AI 채용 시스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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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신뢰가능 AI 원칙. (출처: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AI 채용의 최종 시험대, 공정성과 청년의 신뢰
AI 채용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기술 혁신은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청년층은 자신이 ‘알고리즘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결국 AI 채용 시스템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는 기술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도 인간 존엄과 공정 경쟁의 가치를 지키는 제도적 보완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AI 채용’은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책임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김주은 기자
<justnow21@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