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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바꾼 일상, 환율 널뛰기의 그늘
작성자 : 강대신문
작성일 : 2026-03-13 08: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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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431호 2026년 3월16일
발행일 : 2026-03-16

숫자가 바꾼 일상, 환율 널뛰기의 그늘

환율의 변화가 바꾼 민생, 해법은?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제조업 쇠퇴를 명분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글로벌 교역 질서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왔고, 국제 금융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여론의 관심은 무역 갈등의 정치·외교적 의미를 넘어 환율 급등락과 물가 상승 등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지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관세를 둘러싼 미·중을 비롯한 주요국 간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환율과 물가, 자산 시장까지 흔들며 국내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외환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해 환율 불안은 수입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널뛰는 환율과 그 여파가 우리 국민들과 특히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일방적인 통보로 시작된 관세전쟁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이 공약했던 고율의 관세 정책을 빠르게 추진했다. 첫 대상은 미국과 남북으로 국경을 맞댄, 미국의 교역 규모 1·2위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에 이어 미국의 최대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미국의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한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57개 경제 주체에 기본 관세 10%에 국가별 관세를 더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요구했다. 또 그 외 경제 주체에 대해서는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하루아침에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기본관세 10%에 15%의 국가별 관세가 더해진 25%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통보가 있고 6일 뒤 34%의 관세율을 통보받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 주체에 대해 90일간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최종 관세를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해 한때 관세율을 145%까지 올렸다가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자, 중국과 별도 협의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약 90일간 관세 휴전에 들어가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또한, ‘90일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10여 개 무역 상대국에 상호관세율을 다시 통보하고, 발효 시점을 지난해 8월로 못 박으며 막판 1대1 협상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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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가 관세율이 적힌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패널을 들어 보이며 무역 관세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란 공습이 불붙인 환율 널뛰기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더해지며 환율 변동성은 한층 더 커졌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대외 변수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은 특히 야간 거래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반복했다. 지난 3일에는 장중 1,505.8원까지 치솟아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 폭은 평균 13.5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공포가 극도로 고조됐던 지난 2020년 3월의 13.8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동률도 이례적으로 높다. 같은 기간 일일 변동률은 평균 0.91%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의 70%가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야간 거래가 아직 활발하지 않아 달러 수급이 매수 방향으로 쏠릴 경우 환율이 급등하는 양상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은행의 ‘2026 외화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 환율이 미국 관세로 인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정치 불안과 해외주식 투자 수요 및 국민연금 매수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대외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 높게 고착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입 물가 6개월 연속 상승… 물가 직격탄

고환율의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오른 것은 지난 2021년 5월∼10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62.05달러로 전월 대비 3.8% 하락했지만,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67.4원으로 오히려 상승하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상쇄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으며, 특히 신선식품 가격 급등이 생활물가의 불안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행정학과 김영록 교수는 “미국의 관세전쟁은 한국 환율에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준다.”라며 “미국이 특정 국가나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화도 위험 회피 국면에서 함께 약세를 보이며 환율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환율이 짧은 기간에 수십 원씩 오르내릴 때, 정부가 구두 개입을 통해 과도한 기대를 진정시키고 필요할 경우 보유 외환을 활용해 쏠림을 완화했다면 외환시장의 기본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히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전쟁과 같은 구조적 리스크는 단순한 시장개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급격한 변동성을 억제하면서도 구조개혁과 통상 전략 조정을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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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수입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환율 상승과 대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수입 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해외직구·여행 비용도 ‘껑충’

대학가도 직격탄

해외여행 수요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율 급등 이후 해외 패키지 취소와 같은 환불 문의가 크게 늘었다.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내수 관광지 역시 물가 상승 영향으로 지출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많다.

우리 대학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환율 체감은 뚜렷하다. 우리 대학 이예은 학생(사회학과·26학번)은 “재작년에도 구독하던 만원 정도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최근 17,000원까지 올라 안 그래도 부담되는데 배신감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최 모 학생은 “여행을 가고 싶어도 취업하지 않은 대학생이라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국제무역학과 A 학생도 “교환학생이나 유학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환율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율 불안정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 물가가 올라간다.”라며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밀·옥수수·대두 등 곡물, 각종 광물과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가 자동으로 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은 소득 대비 필수재 지출 비중이 높아 에너지·식료품·공공요금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라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겐 호재… 엇갈리는 시선

그러나 환율 상승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지는 않다. 원화 약세는 수출 중심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일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달러 자산이나 외화 예금을 보유한 투자자들도 환율 상승으로 평가 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상당수는 환율 변동성을 제거해 환차손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환헤지(FX Hedge)’ 수단을 갖추지 못한 채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 단가는 원화 약세 효과로 달러 기준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으나 해외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수입 의존형 기업들은 달러 결제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환율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금융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도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 경쟁이 치열해 판매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면 이윤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전했다. 

개인 간 온도 차도 감지된다.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외화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은 환율 상승을 재테크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을 보이는 한편,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층은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같은 환율 수치 앞에서도 처한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우리 대학 최민준 학생(사회학과·25학번)은 “환율의 변동이 심해 많은 국민이 피해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낮은 환율로 인해 주식에서는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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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원·달러 환율 추이. 대외 변수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출처: 뉴스1)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환율 상승과 물가 불안 등 경제 문제의 배경에 국가 간 갈등과 국제 정세의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청년 세대 역시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다.

환율 급등락의 책임을 정부에서 찾는 시각과 트럼프 발 대외 변수 탓으로 돌리는 시각이 혼재돼 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제적인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대외 변수가 주된 원인인 만큼 정부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야당은 정부의 외환 대응 실패를 집중 공세를 하지만 여당은 글로벌 복합 위기의 불가피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환율 피해를 보는 계층과 이득을 보는 계층이 나뉘는 현실이 국민의 불안을 구조적으로 키우는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뉴스에서는 수출 호조가 지속 보도되는데, 정작 본인의 지갑은 더 얇아지는 상황이 펼쳐지면 환율과 무역정책에 대해 ‘국가와 대기업, 자산가에게만 유리한 게임이 아닌가?’라는 불신이 쌓이게 된다.”라며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정책당국은 환율과 관세 정책의 이익과 비용이 어떤 계층에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책은 환율의 숫자만이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 내는 분배와 체감의 불균형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통된 불안, 해결책은?

공통적인 것은 불안감으로 환율 급등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 자체가 시민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출을 늦추고,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계의 행동이 바뀌면서 내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112.4) 대비 2.5%p 하락하며 비상계엄 이후 1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 없이는 서민 경제 회복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한다면 소비자물가는 최대 0.24%p까지 추가 상승하는 반면, 1,400원까지 하락할 경우에는 최대 0.44%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한 자릿수 차이가 서민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환율 안정의 열쇠가 국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2.8%로 제시하면서도 상방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환율 변동성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환율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주부, 원가 부담에 가격도 못 올리는 자영업자, 어학연수를 망설이는 대학생 등 대중들까지 환율의 파고는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피해를 보는 계층과 수혜를 누리는 계층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국민이 공통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제 환경, 그리고 그 위에서 지속 가능한 일상이다.


김유빈 기자
<kimyoubin1201@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