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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가상, 현실을 넘보는 가상현실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08-11 20:54:45
조회 : 142
호년월일 : 제1223호 2015년 11월 9일
발행일 : 2015-11-09

실감나는 가상, 현실을 넘보는 가상현실

새로운 웹 생태계의 출현, 눈앞의 한계를 뛰어넘다



  보통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공상과학 작품의 단골 소재, 꿈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대표적인 가상현실의 예인 영화 ‘매트릭스’는 현실이라 믿었던 세상이 알고 보니 가상현실이었고, 현실세계에서의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싸움을 반복한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가상현실이 각인된 것은 이 영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영화 속 가상현실 이미지 때문에 가상현실을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가상현실은 1938년에 등장해 1950년도부터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이 꾸준히 연구되어 왔고, 1980년도와 2000년대 초반까지 주목과 실패를 반복하며 수차례 상용화에 도전해 왔다. 그리고 드디어 2013년도부터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기술로 각광받으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가상현실 기술에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동안의 가상현실의 행보와 과학기술 발달 사이의 관계를 가상현실 기술의 특징과 함께 살펴보고, 더불어 등장한 증강현실은 무엇인지, 한계점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상현실, 기술로 도약하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란, 인위적으로 가상 환경을 구성해 오감이 이를 실재처럼 인식해 느끼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말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창출된 3차원 가상공간으로 사용자의 오감 경험을 확장하고 공유함으로써 공간적, 물리적 제약에 의해 현실 세계에서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현실세계의 존재를 가상공간에서 사실처럼 체험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교류가 가능하다.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뇌에 그 비밀이 있다.
  인간에게 실재는 감각기관을 통해 얻어진 정보나 물리적,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가상은 책, 꿈, 영화 등에서 감각을 느끼진 않으나 얻을 수 있는 경험이다. 즉, 인간이 현실과 가상을 구분 지을 때 감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때, 만약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이 사실은 전기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눈이라는 입력 장치에 외부의 자극, 즉 정보가 입력되고 그것이 뇌를 거쳐 감각으로 발현된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인간은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믿고, 그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은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전기적 자극이 뇌에서 재해석되면서 감각으로 발현된다면, 자극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경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Jim Blascovich와 Jeremy Bailenso가 쓴 『Infinite Reality』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더 이상 자신의 경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가상의 것인지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The brain often fails to differentiate between virtual experiences and real ones.). 가상현실 속에서 63빌딩 꼭대기 아래를 바라본다면 실제처럼 다리가 저릿저릿할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이라는 가상현실에서 채팅으로 만난 이성에게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결국 뇌는 자신의 앞에 있는 어떤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를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가상현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에드윈 링크 연구팀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공군과 항공산업에서 활용한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션을 완성하며 시작됐다. 이후 1950년대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논의됐고, 1960년대에는 모튼 하일리그가 인간의 오감을 모두 활용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체험극장’을 제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가상현실구현 장치인 ‘센소라마’를 발명했다. 센소라마는 3차원 이미지와 입체 음향, 냄새 등을 이용해 신경체계를 자극하거나 시뮬레이션하는 오락 장치였으나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시장이아닌 박물관에 자리 잡게 됐다. 시간이 흘러 가상현실의 상용화를 논의하게 된 1980년대, 드디어 가상현실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 가상현실 기술의 가능성을 제기하게 됐고 이 시기에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재런 래니어가 VR(Virtual Reality) 고글과 장갑 등을 개발해 VR 상품을 처음으로 판매했다. 덕분에 가상현실이란 용어를 대중화하기에 성공했으나 시장에서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기술적인 가능성과 편리성이 확보되자 가상현실은 다시 한 번 시장의 부름을 받았으나 상품화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2013년, 머리에 착용해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인 HMD(Head Mounted Device)가 발명되고 가상현실의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드높아졌다. 센소라마의 문제점이 상당부분 개선됐는데, 휴대할 수 있도록 소형화 됐으며, 과거에 비쌌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기의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보급도 한몫을 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손쉬운 다운로드와 저렴한 가격, 스마트폰 내에 VR 기능을 유도할 수 있는 센서가 많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쉽게 가상현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된 것이다.
  가상현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언론들은 글로벌 HMD 판매량을 2014년 20만 개에서 2018년까지 약 3억 9천 개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바이스 가격은 대중에 맞게 저렴해질 것이고, HMD 외에도 가상현실 세계에서 좀 더 전문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갑과 바디수트 등 각종 입력 장치들도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 기술이 기존에도 잘 스며들어있는 게임 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두고 있는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게임 시장에서의 VR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 한해서 호환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입력 장치, 운영체제 등 가상현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실과의 공존, 증강현실

  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가상현실을 이렇게 분류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현실환경에서 증강현실로, 증강가상으로, 그리고 가상현실로 차례차례 첨가된다. 여기서 말하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란 무엇일까? 가상현실이 현실과 별개의 독립적인 세계라고 말한다면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증강현실을 다른 말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이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가 보는 시각의 세상은 스캔하는 순간 정보를 띄운다. 오토바이를 스캔하면 어떤 회사에서 만든 어떤 모델인지, 사람을 스캔하면 성별과 키, 몸무게, 신체적 특징이 눈앞에서 키워드로 나열된다. 달리 말하면 카메라를 이용해 환경을 스캔하고, 거기에 위치나 특징 정보를 더하면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를 현실에 가상의 정보사용자 눈앞에 띄우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1960년도에 연구가 시작됐고, 1990년이 돼서야 가상 이미지를 실제에 중첩시키는 기술이 사용됐다. 가상현실보다 훨씬 시간적으로 뒤처졌지만 오히려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게임 투자 업체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증강현실 시장 규모가 1천 2백억 달러로 급성장하는 데 반해 가상현실은 3백억 달러로 틈새시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월등한 성장을 기대 받는 이유는 기술적인 용이함에 있다. 가상현실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에 모든 외적 요소를 통제한 상황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독자적인 시장 구축이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증강현실은 외부환경을 열어놓고 그 위에 가상콘텐츠를 덧붙이기 때문에 외적 요소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구현되기만 하면 현실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가상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에서 그 위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의 핵심이 카메라이기 때문에 가령 밤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가져가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주변에 어떤 별자리가 떠있는지, 다른 별자리들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강현실이 가상현실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고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최초의 개발 목적이었던 군 및 경찰 기관에서의 훈련 시뮬레이션은 물론, 가상으로 자동차를 시승해보거나 가상 의상실에서 옷을 사기 전에 미리 입어볼 수 있다. 시공되지 않은 건축물도 미리 구현해 볼 수 있으며 3차원 교과서로 사진이 아닌 직접 교과서 속 유물이나 지역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보행 훈련이 임상적으로 유용
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기술적, 사회적 한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시장에 주목을 받은 만큼 현재 활발한 연구와 기술적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대학교 하진영 교수(컴퓨터정보통신공학전공)는 가상현실의 한계를 세 가지로 밝혔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는 데는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다른 감각들을 감쪽같이 구현해내기엔 여전히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다. 청각이야 3D 입체 음향 기술이 발달해서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다른 세 감각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테이블 위에 가상의 컵이 있다면, 그래픽 상으로 컵을 드는 모습을 재현할 수는 있어도 그 컵의 무게, 재질, 온기 등을 세밀하게 느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이라는 가상에서의 충격이나 진동을 체감하도록 전달하는 장치가 있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가 되지 않고 있다. 또, 하 교수는 후각에 대해 “꽃밭에서는 향기를 내면 되고, 시궁창에서는 역한 냄새를 내면 되지만 그 냄새를 순간적으로 없애는 기술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미각을 구현하기는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세 감각에 대해서는 이들을 구현할 만한 입력장치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 정보에 대한 보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012년 구글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웨어러블 컴퓨터 ‘구글 글래스’는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삶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제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직접 볼 수 없다. 즉, 사용자의 카메라가 찍고 있는 삶이 사실은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찍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용량 걱정 없이 찍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파파라치들이 사용하는 안경형 초소형 카메라의 용량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에 민감한 기술인 만큼 정보 격차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인터넷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컴퓨터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컴퓨터를 접할 수도 없는 아프리카 난민들, 컴퓨터를 사용하기 곤란한 노년층 등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구현 기기의 가격은 저렴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층을 겨냥하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이니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 교수는 정보 경쟁에서 뒤처질 사람들을 위한 방안이 마련될 것을 강조하며 2005년 MIT 니그로폰테 교수의 10만 원 노트북 만들기 운동을 예로 들었다. 니그로폰테 교수는 10만 원짜리 저가 노트북을 만들고 20만 원에 팔아 다른 하나를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기부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기술에는 명암이 모두 존재한다. 증강현실 기술로 누군가는 손쉽게 정보를 얻는가 하면 손쉽게 얻은 정보를 악용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지갑의 두께가 정보의 접근성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암들은 인터넷이 처음 보급됐을 때도 제기됐던 문제들이었고, 현재 사람들의 생활에 인터넷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필품이 됐다.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함을 보이기 때문에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기술이 생활이 될 때엔 많은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참고문헌>
고바야시 아키히토, 『알기 쉬운 증강현실』, e비즈북스, 2011
김정민, 『가상현실 시장 및 주요 제품 동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15
라지하브 수드, 『실전 안드로이드 증강현실』,길벗, 2013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 인문사회융합 동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5
Business Information Research, 『가상현실기술 동향과 개발전략』, BIR, 2010

Jim Blascovich·Jeremy Bailenso, 『Infinite Reality』, William Morrow, 2011


안은 기자 <eun977@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