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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질문, 웰다잉
작성자 : 강대신문
작성일 : 2026-04-03 00:28:28
조회 :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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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433호 2026년 4월 6일
발행일 : 2026-04-06

좋은 삶을 위한 질문, 웰다잉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고인을 기리는 다양한 방법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제사나 성묘 등 가족 중심의 의례를 통해 고인을 기렸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추모관이나 SNS 추모용 계정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애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체모나 유골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 생전의 사진과 영상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추모 전시회도 등장하며 죽음이 금기의 영역에서 기억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죽음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새로운 애도 문화를 살펴봤다.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간 애도
최근 애도의 방식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온라인 추모관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지인들의 메시지를 통해 언제든지 추모할 수 있다. SNS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게시글이나 계정을 통해 기억을 이어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계정 사용자가 사망할 경우 자동으로 계정이 삭제됐었지만, 현재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추모용 계정으로 전환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인의 게시물과 댓글, 고인과의 대화 내역 등 생전의 기록이 그대로 보존되며, 지인들은 해당 공간에서 계속 애도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우리 대학 회계학전공에 재학 중인 신 모 학생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상실감이 컸지만, SNS 추모 계정을 통해 생전 모습과 팬들의 추모글을 보며 그를 기억할 수 있어 위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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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추모용 계정으로 전환되면서 생전 고인의 게시물과 댓글 등 모든 기록이 그대로 보존되고, 팬들이 애도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 구조와 가족 형태의 변화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 A 씨는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와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대가족 단위로 장례를 치르는 것보다 실용성을 추구하며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라며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조문 인원이 제한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추모가 확산됐다.”라고 설명했다. 기일이나 특정한 장소에서만 이뤄지던 애도가 메시지나 게시글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상에서 이어지는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술로 남겨지는 삶의 흔적
애도의 방식이 디지털로 확장되는 동시에 죽음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특히 예술과 결합한 추모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고인을 떠올리는 데에서 나아가 그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하는 시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모리얼 스톤’이다. 제작 업체에 고인의 체모나 유골을 전달하면 이를 가공해 보석 형태로 보존할 수 있다.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손에 쥘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로 고인을 기리는 방법이다. 완성된 스톤은 고인이 생전 좋아하던 장소에 두거나, 목걸이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로 제작해서 착용하고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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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얼 스톤은 제작에 사용되는 체모와 유골의 구성 성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출처: 한겨레)

생전의 사진과 영상, 고인의 유작을 활용한 추모 전시회나 공연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고(故) 이종만 사진가의 추모 전시회가 강릉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비롯해 고인이 직접 촬영했던 작품과 제자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우리 대학 삼척캠퍼스 자유전공학부 차장섭 명예교수가 행사에 참여해 고인의 예술관과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같은 달 19일 원주시 치악체육관에서는 고(故) 박건호 작사가의 추모 공연이 열렸다. 고인이 작사한 노래를 유명 가수들이 직접 불렀고, 관객들은 함성과 박수갈채를 이어가며 활기찬 분위기로 고인을 애도했다. 관객들은 전시나 공연을 통해 고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애도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과거에는 죽음이 슬픔의 감정 속에서 조용히 다뤄졌다면,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공유되는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죽음을 금기시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의 변화로도 읽힌다. 애도의 방식은 단순히 고인을 기리는 행위에서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의미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삶을 돌아보는 웰다잉
‘웰다잉(Well-Dying)’은 삶의 마지막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선택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죽음을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정돈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죽음을 가족이나 의료 시스템에 맡기기보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삶의 마무리를 고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주제에서 나아가 2030 세대 역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웰다잉을 받아들이고 있다. 삶의 질과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이별준비 캠페인을 통해 사전장례의향서(이별준비노트)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노트에는 장례 방식과 장사 방법뿐만 아니라, 남기고 싶은 말과 기억되고 싶은 모습까지 정리할 수 있어 삶의 마지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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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장례문화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이별준비노트. 장례 형식과 장소, 부고 범위와 더불어 가족과 문상객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정리할 수 있다.

이별준비노트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미뤄뒀던 관계와 선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에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 A 씨는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이별준비노트를 작성하면서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스스로 삶의 마무리를 고민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라며 “죽음을 막연히 회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이별준비노트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삶을 돌아보는 차원에서 웰다잉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죽음을 직접적으로 준비하기보다 현재의 삶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버킷리스트 작성이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우선순위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회 리스트를 함께 작성해 미뤄둔 선택이나 관계를 돌아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강 모 학생은 “대학에 입학하고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라며 “죽기 전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루기 위해 미래를 꼼꼼히 계획해 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게 디지털 유산 정리도 중요한 실천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SNS 계정, 사진, 이메일 등 온라인에 남겨진 기록을 어떻게 정리하고 남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거나, 미래의 자신과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는 행동도 삶의 의미를 되짚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죽음은 늘 곁에 있는 것
애도의 방식은 달라졌고,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졌다. 디지털 공간에서 이어지는 추모, 예술을 통한 기억의 재구성, 그리고 웰다잉을 통한 준비까지, 현대 사회는 죽음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죽음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주제다. 준비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기에는 망설임이 따른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역시 여전하다. 
봄철은 겨우내 심화된 우울감과 계절 변화가 맞물리며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이를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하며 전 세계에서 공통된 경향으로 나타난다. 온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에 오히려 삶을 내려놓는 현상은 죽음을 외면해 온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다. 
웰다잉은 죽음을 위한 준비이자 삶을 위한 질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다시 묻게 된다. 순간의 선택과 관계,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이미 답은 만들어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의 대사처럼, 죽음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그냥 곁에 있는 것’이다. 웰다잉, 즉 ‘잘 죽는 것’은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 속에서 완성된다. 

서유빈 기자
<yubinseo01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