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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간 스캐폴드, 바이오장기 연구의 한계에 도전하다 - 기사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7-01-31 15:22:24
조회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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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248호 2017년 2월 1일
발행일 : 2017-02-01

돼지 간 스캐폴드, 바이오장기 연구의 한계에 도전하다

강원대 연구팀, 줄기세포 분화 기술과 새로운 혈전방지기술 개발로 특허 출원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에 비해 실제 장기 이식이 이뤄지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마저도 이식된 장기를 환자의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만큼 타인의 장기를 사용하는 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기를 대체할 수단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던 지난 1월 초, 우리 대학교 수의학과 연구팀(우흥명 교수 지도)이 돼지의 간을 이용해 이종이식용 인공 간을 만드는 기반 기술을 확보해 주목을 받고 있다.

 

돼지 간이 인공 간이 되는 과정

  인공 간을 만들기 위해선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돼지에게서 적출한 간이다. 같은 사람의 간도 환자와 타입이 맞지 않으면 이식할 수 없는데 하물며 종 자체가 아예 다른 돼지의 간을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돼지와 사람의 장기가 서로 호환될 수 없는 이유는 이종면역항원(antigen)’ 때문인데, 이것은 서로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 급성거부반응을 일으켜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돼지의 간을 돼지가 아닌 다른 종에게 이식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면역거부반응을 야기하는 이종항원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을 탈세포화(decellularize)’ 시킨다고 말한다.

  즉, 돼지의 간 속 돼지 세포를 없앤다는 말이다. 이렇게 돼지 세포를 없애고 난 간은 스캐폴드’, 다시 말해 껍데기가 된다. 말처럼 간의 껍데기만 남는 것이 아니라 장기의 외형을 보존함은 물론 혈관, 성장인자 등 장기 자체의 기능은 모두 살아있다.

  이제 간의 원래 주인의 세포를 없앴다면 스캐폴드에 집어넣을 새로운 주인의 세포가 필요하다. 두 번째 준비물은 바로 이식을 받고자 하는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채취해 만든 만능성 줄기세포이다. 만능성 줄기세포는 만들고자 하는 장기에 필요한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해서 간뿐만 아니라 심장, 콩팥 등의 장기로도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각각의 장기에 필요한 세포들로 일일이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간 세포로 분화시켰다면 이 세포를 탈세포화된 스캐폴드에 집어넣어준다(재세포화). 스캐폴드 속에 돼지 세포는 싹 씻어내고 환자에게서 만든 세포로 가득 채운다. 그럼 이론적으로는 간 기능을 하는 스캐폴드를 환자의 세포로 채웠으니 이 간은 더 이상 돼지의 간이 아닌 환자 맞춤형 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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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을 방지해 생존 시간을 늘리다, 항응고 처리 기법

  정리하자면, 돼지로부터 적출한 간 속에 있는 돼지 세포를 없애고 그 자리를 환자의 세포로 채워 간의 주인을 바꾼다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개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간을 적출한 후 탈세포화를 시키면 돼지의 세포는 사라지고 간을 기능하게 하는 혈관 등의 기관이 살아있는 스캐폴드가 된다. 그렇게 만든 스캐폴드에 줄기세포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 줄기세포가 스캐폴드 안에 들어가는 길이 바로 혈관으로, 혈류를 타고 환자의 세포가 스캐폴드 속을 채우는 것이다.

  이때 혈류가 원활히 흐를 수 있게 하는 것이 내피세포인데, 내피세포가 혈관벽을 코팅해서 피가 혈관벽에 부딪혀 응고되지 않게 돕는다. , 혈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피가 흐르지 않는 신체부위는 괴사하기 때문에 혈전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돼지의 간을 스캐폴드로 만들기 위해 탈세포화 시키면 내피세포까지 제거되고 만다. 이 상태에서 무작정 새로운 세포를 집어넣으면 피가 응고되고,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면 결국 간은 죽게 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혈전을 방지하기 위해 항응고 처리 기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내놓았다. 원리는 헤파린과 젤라틴을 혼합해 혈관내피를 재건한다는 것.

  헤파린이란 혈소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혈전을 막는 역할을 한다. 거머리나 모기가 피를 아무리 빨아먹어도 피가 몸속에서 응고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헤파린 때문이다.

  여기에 혼합되는 젤라틴은 점도가 높아 내피세포 못지않게 혈관벽을 잘 코팅할 수 있다. 이 두 물질이 혈전이 형성되는 시간을 늦추게 했다. 그래서 재세포화된 내피세포와 간 세포가 스캐폴드에 이식됐을 때 내피세포는 혈관벽에 잘 달라붙을 수 있게, 또 간 세포는 혈액을 타고 잘 흐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실제로 간을 이식할 때 피가 갑자기 유입되어도 피가 응고되지 않게 방지하여 간 기능을 더욱 오래 지속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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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과제, 임상실험

  아직까지 연구에 활용된 간은 사람에게 이식할 수는 없다. 조그만 쥐의 간이나 돼지의 간 중에서도 작게 적출한 일부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사람에 이식이 가능한 간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차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과 이를 통한 안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한 간의 크기를 사람의 간 만한 크기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크기를 키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간의 크기를 키우면서 동시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야 상용화가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이식이 가능한 대형 간을 생산하는데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대대적인 연구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도 실제 이식이 이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고, 이식 후에도 인공 간이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 또한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이종이식 시 면역 거부반응을 해결하는 국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장기 이식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됐던 혈전을 방지하는데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성과로 우리가 얼마나 건강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안은 기자 <eun977@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