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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사는 방법을 말하다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10-05 22:56:03
조회 : 239
호년월일 : 제1241호 2016년 9월 26일
발행일 : 2016-09-26

페미니즘,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사는 방법을 말하다


  지난 2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 총회 개막 연설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부르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해 현장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근 몇 년 간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통용되고 있는 ‘페미니즘’은 그 앞에 수많은 수식어들을 장착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여성의 권리와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신념을 위한 갑옷으로 삼았고, 누군가는 남성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남성으로부터의 권력 쟁탈을 합리화시키는 무기로 삼았다. 때문에 저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밝히고 있지만 그것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함인지,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다른 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에 본지에서는 페미니즘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발전됐는지 알아보며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당신과 나 사이의 성(性)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두 개의 사전을 살펴보자.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견해라고 표기한다. 다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믿음·목표·(이를 성취하기 위한)투쟁’으로 명시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페미니즘이란 성별(性別)이란 이름으로 차별을 행하는 사회를 향한 몸부림이자 외침이다.

  그렇다면 남과 여를 성으로 차별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성을 억압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 중 단연 손에 꼽 히는 개념은 가부장제다.

  가부장제는 남성 가장이 가족 구성원을 지배하고 통솔하는 권한을 가지는 가족형태를 말한다. 가부장제를 통해 가문은 가장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보이지만 문제는 이 가부장제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가문을 통솔하고 대표하는 사람은 집안의 남성 연장자로 그 지위와 재산은 장남에게 계승된다. 그렇게 가장이 되면 아내와 자녀 등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인신구속권을 가진다. 모든 결정권이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는 여성의 그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 실례로, 18세기 말 자유·평등·박애를 외치며 시민혁명을 일으켰던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문에서도 여성의 권리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프랑스 혁명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회계약론자 장자크 루소는 저서 『에밀』에서는 ‘열등한 이성을 지닌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곧 자연법’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가부장적 생각은 각 나라의 역사적·종교적 이념들과 맞물려 전 세계에 뿌리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 때 남성은 존귀하고 여성은 비천하다는 의미의 남존여비 사상이 유교적 이념을 통해 뿌리내림으로써 가부장제를 더욱 확고히 했으며, 이는 우리네 속담 중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정에서 아내가 떠들고 간섭하면 집안일이 잘 안 된다)’로도 잘 알 수 있다.

  계몽주의 시대라고도 말하는 18세기 유럽에서는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남녀의 생물학적 신체에 대한 차이를 파악하기 위한 과학적 탐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시기 여성을 불완전한 남성으로 규정하며 월경, 출산 등 생리현상의 원인을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는 곧 지적인 면에서도 여성이 열등할 것이라는 개념으로 통하면서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로 인해 계몽주의사상가들은 가정은 신체적·지적으로 열등한 여성이 맡고, 이와 반대되는 남성이 정치·경제 등의 공적 영역을 맡는 것으로 남녀의 역할과 영역이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세상에서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마땅히 지녀야 할 권리를 추구하려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곧 투쟁으로 이어졌다.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발자취

  페미니즘의 역사는 세 차례로 나뉜다.

  첫 번째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일어났다. 계몽주의사상가들은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 말하는 계몽주의에서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 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실현시켰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자유·평등·정의라는 자유주의 가치에 근거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획득하고자 했다. 그중 에서도 참정권을 얻기 위해 여성들은 가정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사회적 비난에도 여성의 권리를 호소하고, 시위에 참가하고, 심지어는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강경책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20세기 초 영국을 시작으로 여성들의 참정권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세기 중반, 남녀의 동등함을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주목해 여 성들이 억압받는 이유를 찾으면서 제2차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됐다. 이때 중심이 된 급진적 페미니즘은 사회와 일 상 모두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에 반발했다. 이들은 가부장제가 성 사이에 권력 관계를 형성해 남성의 지 배문제를 증식시킨다고 하며 가부장제의 완전한 해체를 지향한다.

  또,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더불어 자본주의를 함께 문제 삼는다. 가부장제의 근원은 인류가 사유재산 을 추구하면서 남성이 여성을 소유하는 개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모두 해체해야 진정으로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더 많은 갈래로 나눠진 페미니즘은 서구권, 백인, 중산층 여성뿐 아니라 흑인, 유색 인종 여성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특히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논의도 나누기 시작했다. 단순한 남녀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인 종, 민족, 계층, 성 정체성 등 다양한 사 회적 문제를 고려해야 남녀의 불평등 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적인 흐름으로 살펴본 페미니즘은 1차적으로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이론이자 사회운동이었다. 나아가 이들 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대상을 단순히 여성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의 편을 들어 여성주의에서 성평등주의로까지 의미를 확장했다. 궁극적으로는 함께 사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추구하고자 했다.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로 사는 법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음은 서점에서 금방 알 수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집계에 따르면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 판매량은 2014년을 기점으로 매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는 지난해 6월 여성혐오 발화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웹사이트 ‘메갈리아’와 지난 5월 여성혐오로 인한 묻지마 사건으로 유명한 강남역 살인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징은 페미니즘을 수용하는 연령층이 40대 여성에서 20대 여성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 건 피해자와 또래이기도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현재까지 비일비재한 여성혐오 발화의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 의 대상이 되는 사회 초년생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폭력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다. 10년째 매년 증가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95%가 여성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10~20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가 정폭력 사범이 10만 명에 달하고 특히 아내에 대한 폭력이 70%였다. 연애 과정에서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2천 명 중 절반 이상이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더 일상적으로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남녀의 임금격차가 상당한 것은 이제 놀랍지 않다. JTBC 김필규 기자가 분석한 바로는 이 차이에 여성의 육아 문제, 재취업 시 경력 단절 등의 이유가 있지만 이밖에 설명되지 않는 이유, 즉 그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또한 한국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이 적고, 비정규직 수도 남성에 비 해 26.6% 많은 것도 경력 단절로 인한 게 크다고 분석했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페미니즘 도서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이 직면하고, 감당해야 할 현실의 모습이다.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이 늘고, 20대가 중심이 된 페미니스트 모임들 이 생겨나는 것은 이러한 세태에 이의 를 제기하고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자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다. 현재 우리나 라에서는 성평등이 아닌 오히려 나와 다른 성을 배제하고 남성혐오로써 여성혐오를 맞받아치는 용도로 페미니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은 언론의 성차별적 보도 관행을 비판하려는 기자회견을 열거나 겨드랑이 털을 불편해하는 사회적 시선에 맞서는 천하제일겨털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들의 퍼포먼스 사진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오히려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넥슨 사에 소속된 한 성우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 에 게재했다가 부당 교체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필두로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남성혐오자로 여겨져 사회적 압박을 받거나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SNS 상에선 ‘나는 페미니스트다’ 또는 ‘나는 메갈리아다’라고 밝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비난하는 의견도 거세지고 있다.

  불꽃페미액션이 남성혐오를 위해 페미니즘을 받아들였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모든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을 대변한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페미니즘을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여성의 문제만을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 시각은 편협하다. 분명 페미니즘이 억압 받았던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시작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여성우월주의라고 설명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라고 말하는 순간 남성을 피해자로 인식하면서 또 다른 차별을 낳게 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페미니즘의 핵심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며 주목 받고 있는 유명 인사 들(버락 오바마, 엠마 왓슨, 아지즈 안 사리 등)은 저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짓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안에 내재된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모든 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곧 현대 사회가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사회 체제를 원망하는 시대를 지나 일상에서부터 페미니즘을 실현해야 함을 의미한다.


안은 기자 <eun977@kangwon.ac.kr>


▶페미니즘이 알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하다


『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 백년년글사랑, 2007

  현대 페미니즘을 다루는 도서 중 가장 대중적인 입문서로 꼽히는 책이다. 신체, 젠더, 인종, 정치 등 다양한 쟁점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명료하고 정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어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유용할 것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창비, 2015

  남자가 여자에게 아는 체하며 가르치려하는 신조어 맨스프레인(Mansplan)을 바탕으로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여성과 남성 사이의 화해, 대화, 희망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정, 봄알람, 2016

  페미니즘을 공부한 적 없는 20대 여성이 9일 만에 쓴 책이라며 화제를 불러모았던 이 책은 서로 상처만 주는 대화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이른바 성차별 토픽 일상회화 실용서다. 쉽게 읽히는 페미니즘 도서를 찾는다면 적절할 것이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오찬호, 동양북스, 2016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라며 항변하거나 여자들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남성들을 향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유도하는 책이다.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다고 생각하거나 남성에게도 와닿는 페미니즘을 찾는다면 이 책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