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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속 화학물질, 편리성과 유해성의 두 얼굴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11-13 2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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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245호 2016년 11월 14일
발행일 : 2016-11-14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 편리성과 유해성의 두 얼굴
생소한 화학 성분에 대한 정보 표시 및 평가 자료 공개 필요

  가을인데도 햇살이 뜨거워 외투를 입을까 말까 갈등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밤이 길어지고 하얀 입김이 피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맘때 유난히 나라 안팎으로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의 이목이 현 시국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에도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발단으로 치약, 샴푸, 화장품 등의 제품들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유해하다는 사실이 연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공사 현장도 아닌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이 같은 유해성분이 함유됐다는 것이 밝혀지다 보니 유해물질에 대한 경각심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직접 피부에 닿고 체내로 흡수되는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중 유해성분이 함유된 화학물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점을 유의할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독
  우리 대학교 인문대학 안모 양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칫솔 위에 치약을 짜 양치를 하고, 폼클렌징으로 세수를 한다.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은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면서 스킨·로션으로 피부결을 정리한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안모 양은 옷을 갈아입은 뒤 거울 앞에 앉아 각종 화장용품들을 꺼내 화장에 집중한다. 안모 양의 하루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또한 안모 양의 아침은 대부분 여성들의 아침과 흡사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만 해도 치약, 폼클렌징, 샴푸·린스 등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들이 사용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물질을 닦을 때는 물티슈를 쓰고, 세제로 세탁한 옷을 입는다. TV·휴대폰·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각종 부품을 생산·유통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세척제 같은 공산품을 제조할 때는 물론, 심지어 간편 조리가 가능한 인스턴트 및 레토르트 식품과 아플 때 먹는 약에까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거의 모든 곳에서 매일매일 우리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들을 생활용품이라 부르며 사용하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화학물질은 물질문명의 이기로서 다양하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단, 이 같은 화학물질의 성분이 인체와 자연에 유해하지 않은지 정확한 검증이 이뤄지고 적당 수준의 기준치가 정해져야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고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드러난다. 공사 또는 제조현장 등의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익히 유해성이 알려져 있기에 안전수칙을 세우는 등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용품은 일반적으로 안전함을 강조한 광고를 전파하기 때문에 성분에 따른 안정성과 유해성의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면역력이 약한 갓난아기들의 몸을 닦고, 외출을 위한 단장을 하고, 아픈 몸을 치료해주는 것은 알았으나 그 속에 든 성분이 장·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사람들은 알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약 2백50명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함유된 치약, 샴푸 등 나 자신뿐만 아닌 가족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며 고른 제품들의 유해성 논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는 ‘연쇄적’이다
  올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는 정확한 수치를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이들은 주로 호흡곤란 등의 폐질환을 앓았는데, 이는 살균제에 사용된 폴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PHMG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 등으로 흔히 사용되는 구아니딘 계열의 화학물질로, PHMG를 원료로 한 살균제는 다른 살균제보다 피부 접촉 시 독성이 5~10분의 1 정도로 적고,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는다는 장점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내시경 소독액, 신발용 탈취제, 렌즈 세척액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피부에 접촉했을 때의 독성과 자극성은 거의 없지만, 이 PHMG를 폐로 흡입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작성한 유독물 성상과 독성 및 관리 정보 요약서에 따르면 PHMG는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흡입할 경우, 특히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호흡기관에 독성이 나타나 치명적이다. 가습기를 사용한 소비자들과 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폐질환 증세를 호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PHMG와 더불어 많은 업체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한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은 이들 물질과 가습기 살균자 사용자들의 폐질환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CMIT/MIT가 물티슈, 치약, 화장품, 샴푸·린스, 헤어젤·스프레이, 로션, 섬유유연제 등의 생활용품에도 사용된 사실이 차례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CMIT/MIT는 미국에서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된 물질로 그 유독성이 1998년에 인정됐다. 강한 부식성과 자극성을 띠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흡입실험에서는 비염을 유발하고, 고농도로 노출됐을 때 사망에 이르렀으며, 임신한 쥐의 태아에게선 기형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유엔은 샴푸와 같은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을 제한했다. 우리나라는 일반 기존화학물질로 고시해 따로 규제를 가하지 않았으나 CMIT/MIT로 인한 피해를 인정한 2012년 이후에서야 마찬가지로 씻어내는 제품으로 사용범위를 축소시켰다.
  전문가들은 CMIT/MIT가 사용된 제품들은 대부분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1~3년의 유통기한을 유지하기 위해 이 화학물질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CMIT/MIT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의 롬앤드하스와 그를 인수한 다우에서조차 사용을 꺼리고, 이들이 지난해 작성한 안전평가서에서는 호흡기 외 독성에 대해 ▲눈 접촉 시 심각한 안구 손상, 영구적 시각 손상 유발 ▲피부 접촉 시 화상으로 인한 부어오름, 종창, 조직 손상 등 유발 ▲섭취 시 극심한 부상과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 생활 속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그 물질들이 어떤 반응을 유발하는지, 어떤 위해성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구에는 포름알데하이드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사용된다. 이 물질은 다른 화학물질과 쉽게 반응해서 합성수지의 원료로 사용되고 플라스틱제품, 전자제품, 가구의 접착제, 건물의 단열재 등 건축물 자재에도 사용된다. 또한 포름알데하이드를 물에 용해한 포르말린은 살충제, 살균제, 화장품, 가정용품 등의 방부제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이 물질을 흡입했을 때 저농도에서도 기도 자극과 천식, 눈의 자극을 일으키고, 고농도 노출엔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엔 호흡기계 암 또는 백혈병과 위염을 유발할 수 있고, 임산부가 이 물질에 노출됐을 땐 태아의 기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향균 비누와 핸드·보디워시가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로 이들 제품에 사용되는 트리클로산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주로 향균을 강조하며 광고가 되는 제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트리클로산은 발암물질로 분류된 화학물질로, 특히 유방암과 갑상선 기능장애와 관련이 깊다. 또한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탈취제 등의 제품을 사용할 시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를 통해 흡수할 경우엔 간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발암물질로 분류됐지만 섬유제조, 의약품, 농약, 위생용품 등을 제조할 때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다이옥산, 화장품 및 제약산업에서 방부제로 널리 사용되지만 피부염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고 호르몬 작용에 혼란을 줘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파라벤 등이 우리 주변 곳곳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곧 우리가 화학적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커져가는 불신과 안전 소비문화 확산
  잇따른 생활용품 속 유해화학물질 논란은 곧 소비자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유해성이 알려진 화학물질이 조금이라도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곧 불매운동으로 이뤄졌고, 몇몇 업체에서는 해당제품을 전면 교체 및 회수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화학성분이 포함된 생활용품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케모포비아(chemophobe)’와 ‘노(no)케미(chemi)족(族)’이라는 합성어도 만들어졌다. 이들은 대부분의 화학물질을 유해물질로 판단하고 천연 재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안전소비를 지향하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이마트에서는 화학성분이 함유된 생활용품의 매출이 작년보다 약 40% 줄어들었다고 밝혔고, 온라인 쇼핑에서의 친환경 소재 생활용품의 매출은 163%로 급증하고 있다. 물티슈 대신 행주나 손수건을 사용하고, 세제 대신 베이킹파우더를, 심지어는 직접 천연재료를 이용해 스스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엔 성분에 따라 화장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앱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성분으로 검색이 가능하고, 또는 자신이 꺼리는 성분을 제외한 검색 결과를 볼 수도 있으며 각 성분마다 미국 비영리 환경시민단체(EWG)에서 설정한 안전도 등급을 밝히고 있다. 이 앱은 2백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화학성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현재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안전한 소비를 지향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소비문화를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화학성분의 안정성과 유해성을 정확히 알리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생활화학제품의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답한 소비자들이 응답자의 87%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학물질을 제품성분으로 사용할 때 함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 것은 1백12종, 사용제한물질은 1백55종이 있다. 그러나 그중 35종만이 표시 대상 화학물질로 지정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는 살균·항균 기능을 하는 7백77종의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라도 제품 성분으로 사용했을 경우 제품 라벨에 세부 성분과 함량 등을 모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명 화학물질의 사용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냈고, 보다 편리하고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 모든 화학물질이 위험한 것이 아니듯 모든 천연물질이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스스로가 사용하는 제품 속에 어떤 성분이 함유돼 있고, 그 성분으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면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안정성에 대한 불신도 지금보단 개선되지 않았을까? 진정한 안전 소비의 시작은 화학물질의 신비주의를 벗어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안은 기자<eun977@kangwon.ac.kr>

기사에서 언급한 안모 양의 자취방. 7평 남짓한 작고 흔한 대학생의 자취방이지만 그속에도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들로 가득하다.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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