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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08-11 17:34:59
조회 : 152
호년월일 : 제1213호 2015년 5월 11일
발행일 : 2015-05-11

결정 장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인터넷의 활성화로 정보가 범람하는 정보 과잉 시대에서 스스로 쉽게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결정 장애’ 현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TV 광고, 라디오, 책 등 우리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SNS,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결정을 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우유부단한 심리상태를 ‘햄릿 증후군’이라 하는데, 정보의 홍수,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등으로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번 학술면에서는 선택 장애 증후군인 ‘햄릿 증후군’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알아보고 결정 장애 현상이 앞으로 현대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것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명대사이다. 자신이 내려야하는 선택에 대해 고뇌하는 햄릿처럼 결정의 갈림길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심리상태를 ‘결정 장애’라고 하며 다른 말로 ‘햄릿 증후군’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신상품은 끊임없이 쏟아지며, 새로운 정보는 여기저기에서 넘쳐난다. 현대인들은 데이터 스모그에 휩싸여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며 점점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 과잉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소비자들은 정보 과부하의 상황 속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햄릿처럼 결정 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다.

  ‘결정 장애 세대’의 저자 올리버 예게스는 최근의 결정장애 세대를 가리켜 ‘메이비(maybe) 세대’라는 표현을 썼다. ‘예’나 ‘아니오’처럼 분명한 의사 표현 대신에 ‘아마도’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주로 내놓기 때문이다. 메이비 세대라는 말 속에 함의되어 있는 것은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이 개인의 우유부단한 성격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 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 풍토에도 일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선택을 스스로 내리기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선택의 외주화, 즉 ‘아웃 초이싱(out-choicing)’이라는 현상이다.

  또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질수록 소비자의 불안 수준이 높아지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불확실성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수가 내리는 의사결정을 따라하는 ‘베스트셀러 추종형’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햄릿형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 개인 컨설팅 서비스 등이 각광받고, 나아가 햄릿형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형 결정 장애, 햄릿 증후군

  소위 ‘결정 장애’의 등장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정답 사회’가 낳은 획일화된 동조 심리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이다. 좋은 직업, 진로, 가치에 정답이 존재해서 그것을 따라야 잘했다고 보는 사회풍토는 우리 사회를 정답 사회라고 부르는데 무리가 없게끔 한다.

  어떤 선택이든 가장 바람직한 정답이 존재한다는 규범은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내가 정답을 선택했는가?’라는 커다란 스트레스를 준다. 또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객관식 시험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하나의 정답을 맞출 것을 은연 중에 강요해 왔다. 이러한 규범이 내면화되면 자신의 결정이 타인의 판단에 부합할지의 여부를 ‘자기 검열’하게 된다.

  그 결과, 독자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할 상황에서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추거나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추종적 소비도 이에 해당된다. 비단 도서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등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추종적 소비를 한다. 과거에도 베스트셀러가 선택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결정 장애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는 정보 과잉으로 인한 ‘데이터 스모그¹'에 의해서이다. 인터넷 쇼핑을 하기 위해 쇼핑몰에 들어가면 조금만 검색해도 전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질적으로 낮은 정보의 과잉 현상을 뜻하는 데이터 스모그가 정보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분별하기 힘든 많은 정보에 짓눌려 극심한 정보피로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이론이 바로 정보 과부하 가설이다. 

  정보 과부하 가설은 소비자의 정보 처리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주면 최선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진다는 가설이다. 행동심리학에서도 대안이 많을수록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로와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또한 많은 정보는 사람들의 분석 능력을 떨어뜨려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결정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보 단식(data fasts)이라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등장하고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의 등장

  현대 사회에서 빠른 선택을 하게끔 도와주는 서비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싶어 하는 햄릿형 소비자들에게 가뭄 속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햄릿형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만족’보다는 ‘최적’이라는 단어이다. 자신의 선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전문가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옵션으로 대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서 소비자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이다.

  큐레이션(curation)의 어원은 ‘돌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통상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주제에 맞춰 작품을 선별해 기획·전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큐레이션 커머스는 큐레이터가 작품을 기획하고 전시하듯 상품별 전문가가 좋은 제품을 직접 골라 소비자에게 할인된 가격에 파는 전자상거래로, 상품이 많고 정보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거래방식이다.

 기존의 소셜 커머스도 어느 정도 결정 장애를 해소시킬 수 있긴 하지만, 소셜 커머스가 공동 구매 형식으로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큐레이션 커머스는 전문가가 실용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직접 제품을 선별하여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품질과 최저가를 신뢰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이 덕분에 결정 장애를 쉽게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상품의 다양화와 비례해서 선택이 어려워지는 오픈 마켓의 단점을 큐레이션 커머스를 포함한 개인 컨설팅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햄릿 증후군이 던지는 시사점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레나타 셀레츨(Renata Salecl)은 현대판 햄릿들에게 “선택을 할 수 없을 때는 우연에 기대는 것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된다”고 조언한다. 그의 저서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환상이다. 개인은 항상 성공적인 결정만 내릴 수는 없으며, 실패와 후회의 경험 속에서 후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즉 결정 후에 밀려오는 후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정보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에게 큰 축복과 같았지만 점차 그 역기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 과잉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햄릿 증후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결정 장애는 ‘햄릿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질병은 아니다. 단지 복잡한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발현한 뒤 지속되고 있는 안 좋은 습관일 뿐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주관에 대해 신뢰를 가진다면 결정 장애 세대의 문제점을 점차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스모그¹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쏟아져 나오는 많은 정보들 중 필요없는 정보나 허위 정보들이 마치 대기 오염의 주범인 스모그처럼 가상공간을 어지럽힌다는 뜻에서 유래된 용어.


<참고문헌>

김난도 외 5명, 『트렌드 코리아 2015』, 미래의 창, 2014.


김건회 기자 <ghfl5634@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