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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한국사 교육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08-11 19:55:07
조회 : 463
호년월일 : 제1217호 2015년 8월 31일
발행일 : 2015-08-31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한국사 교육
정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사
역사학계 측 거센 반발 예상돼



  얼마 전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가능성을 제시하자,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크게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한국사 교과서는 해방 이후 검정체제에서 국정체제로 한차례 전환됐다가 다시 검인정 체제로 복귀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정부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시사하며 한국사 교과서는 또 한 차례 기로에 섰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갈등과 각 측의 상반된 입장을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이 사안에 대해 객관적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올바른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란 간단하게 말해 교과서 자체를 정부가 책임지고 심의, 작성, 수록해 하나의 교과서로 통일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검인정 체제에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하면 교과서로서 사용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수록 내용 범위를 정해둔다. 교과서는 교육부 고시에 따라 출판사들이 필진을 지정해 교과서를 집필하고 교육부의 검정을 받는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학교 역사 교과서 9종이 검정을 통과해 정식 교과서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가 지금처럼 검인정 체제로 계속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고등과정 국사 교과서는 유신체제였던 1974년에 주체적인 민족사관 확립을 이유로 한차례 국정화가 추진된 바 있다. 이후 2001년까지 국정화로 운영되다가,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따라 2007년 검인정 체제로 재 전환 됐으며, 현재에 이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사했다. 한국사 교육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과거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파문에 휩싸인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한국사 교과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발전포럼에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는 역사 교육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역사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었다.
  당시 김 대표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들은 현대사에 대해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교과서 국정화 관련 결정권을 가진 황우여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역사는 하나”라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현행 검인정 체제에서의 한국사 교과서는 같은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 마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누락하거나 용어를 혼용해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의 역사의식을 하나로 합치는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역사학계와 교육계 측에서 거센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사 교과서의 경우, 여러 사상에 입각한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어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국정화가 추진될 경우 어느 한쪽의 치우치고 편향된 내용만을 배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 때도,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도 국정화인 적이 없었고 오로지 유신시대 뿐”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던 교학사 교과서가 국민에게 외면을 받자 아예 국정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은 특히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기인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국사 교과서가 이승만 대통령에게는 박한 평가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나온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은 어떨까. 이진태 군(사학과·13학번)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역사교육은 학생들의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며 “현재 검정체제에서 국정화로 재귀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 싸움일 뿐 아무 의미 없다”고 의견을 표했다. 국정화든 검인정이든 결국 역사교육을 실현시키는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라
는 것이다.
  이한솔 양(사학과·13학번)은 “국정화 된 한국사 교과서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성향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정치와 관련된 국정 교과서가 아닌 오직 순수 연구와 지식을 위한 교과서가 필요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양한 지식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검인정 체제 vs 국정 체제

  지난 17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촉구하는 주장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민국헌정회, 유관순열사 기념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시민단체협의회’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헌정회 역사특위 김재의 간사는 “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적 서술 논란을 일으킨 최근의 사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검인정 형태의 역사 교과서가 조속히 국정 교과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또한 지난 6일 “족보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느냐”며 “중도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한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황 부총리는 지난 1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9월에는 매듭을 짓겠다”며 국정교과서방침 강행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여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응답자 75%가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3년 출범한 교육운동단체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전·현직 교사 4백79명과 일반 시민 65명 상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5백44명 중 74.8%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반대한다’는 응답이 57.5%, ‘반대한다’는 답이 17.3%였다. 찬성 의견은 21.6%에 그쳤다. 국정화 반대 이유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63.7%), ‘국가에 의한 일률적 역사 해석에 반대하기 때문’(31.5%) 등 이었다.
  이에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한다고 24일 밝혔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획일적 역사 기술과 국정교과서 단일 종을 바탕으로 한 학습은 학생의 사고를 획일화하겠다는 의도로 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미 교육부가 발표한 ‘문·이과 교육과정 통합’내용에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통합사회’를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사’는 사회 과목의 필수인 만큼 국정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역사학계와 야권에서는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지난 교학사 교과서 반대 움직임 때와 같이 조직적인 대응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단체에서는 이미 역사학자 7백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지난 2013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한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을 승인한데 이어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오늘 구성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통해 정부여당의 역사 왜곡 시도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만약 정부가 다음 달 국정교과서 추진을 강행한다면, 과거 교학사 교과서 파동처럼 역사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으로 유지할지 국정으로 전환할지 여부는 오는 9월에 확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논의 단계에서 여러 안의 하나로 검토 중일 뿐”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역사의 정치화, 정치의 역사화

  현대 국가의 통치자들에게는 더 이상 ‘왕조실록’같은 것은 없다. 그 대신 현대 국가에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역사서가 바로 역사 교과서이다. 왕조실록이 왕과 지배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책이라면, 역사교과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서술된 역사책이다. 전자에서는 과거의 정치가 현재의 정치를 지배했지만, 후자의 경우는 현재가 과거를 지배한다. 다시 말해 왕조실록이 ‘정치의 역사화’를 목표로 서술됐다면, 역사 교과서는 ‘역사의 정치화’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정치를 규제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정치가 역사를 지배한다. 과거의 통치자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미래에 비쳐질지 두려워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이 같은 역사의 정치화로 인해 오늘날 역사교과서는 끊임없는 권력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우리대학교 류승렬 교수(역사교육과)는 “학자로서 한국사 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역사교육이라면 정치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눈이 되고 입이 되고 귀가 되어 그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고를 길러주는 것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는 “역사는 사실이자 주장”이라며 “역사를 배운 그대로 믿지 말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직접 역사를 찾아보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참고문헌>

김기봉, 「역사교과서 논쟁 어떻게 할 것인가」, 역사학회, 2008


김건회 기자 <ghfl5634@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