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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자의 출현, 저널리즘의 혁신이 될 것인가
작성자 : 강대신문 학술부
작성일 : 2016-08-11 20:07:02
조회 : 164
호년월일 : 제1219호 2015년 9월 14일
발행일 : 2015-09-14

로봇 기자의 출현, 저널리즘의 혁신이 될 것인가
빅데이터 활용해 정보전달은 신속하나, 직업 윤리의식과 공정성 결여돼



  로봇이 인간과 취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화젯거리다. 사람이 쉽게 하기 힘든 물류, 용접, 조립 등 생산직 노동 현장에 로봇이 투입됨은 물론, 회계사, 텔레마케터 등 단순반복적인 직종에도 로봇이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람과 로봇이 일터에서 나란히 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명확한 공식에 따른 규칙적인 업무, 즉 단순반복 업무일수록 인간의 자리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기자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로봇 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미래학자들은 약 2018년이면 두 나라의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로봇 기자의 출현을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으로 보며 생겨난 말이 ‘로봇 저널리즘’이다. 국내에서는 로봇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지만 로봇이 쓰는 기사에 대해 오늘날 기자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과 그럴 수 없다는 의견이 벌써부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로봇 저널리즘에 대해 학술적으로 탐구하고 진정한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고찰해보고자 한다.


로봇 저널리즘이란?

  흔히 로봇 기자라고 하면 로봇이 직접 키보드를 눌러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사실 로봇이 쓰는 기사를 쓰는 주체는 소프트웨어 자체다. 때문에 일반적인 기자들처럼 직접 발로 뛰고 보고 들으면서 취재를 하진 않으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로써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수집·분석·축적한다. 이때 중요한 작업이 알고리즘인데, 로봇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데 거치는 모든 과정에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어 로봇 저널리즘을 알고리즘 저널리즘이라고도 부른다. 이 알고리즘 덕분에 보도기사를 자동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즉, 다시 말해 로봇 저널리즘은 알고리즘을 통한 기사 자동 생성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저널리즘이다.


로봇 저널리즘의 등장

  로봇 저널리즘은 2009년 4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저널리즘과와 컴퓨터공학과 학생 4명에 의해 시작됐다. 그들은 함께 듣는 강의에서 한 팀이 되어, 디지털 뉴스 시장의 확대에 따라 지역 언론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어 온라인 매체에 적응하고 있는 미국의 지역 언론사와 기자들에 주목했다. 온라인 매체가 활성화됨에 따라 지역 언론 편집국은 나날이 축소됐지만 오히려 개별 기자들의 노동 강도는 증가했다. 학생들은 기자들의 단순 노동을 줄이고 그들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기사 자동 생산 소프트웨어인 ‘스태츠 몽키(Stats Monkey)’를 개발했다.
  스태츠 몽키는 주로 지역 리그 야구 경기 뉴스를 생산했다. 우선 웹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후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경기의 진행 상황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소프트웨어 내 기본 문장에 입력하면 순식간에 기사 한 편이 완성된다. 스태츠 몽키를 개발한 학생들은 기자들이 단순히 반복적으로 기사를 찍어내는 노동에서 벗어나 분석기사·인터뷰 등 깊이 있는 기사 작성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이들이 개발한 로봇 기자는 알고리즘이라는 자동화 기술로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미국 언론사들은 스태츠 몽키를 모델로 한 로봇 기자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로봇 저널리즘 전문 벤처기업인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사의 워드스미스(Wordsmith)가 있다. 워드스미스가 작성하는 기사는 초당 9.5개, 1주일에 5백만 개에 달해 2013년 한 해 총 3억 개의 기사를 생산했다. 또, 미국의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사가 개발한 퀼 서비스는 스포츠 경기나 금융 정보 등 사람이 분석하기에 시간이 걸리는 정보를 빠른 시간에 기사로 작성한다. 이미 경제 전문 미디어 기업인 포브스에서 퀼 서비스를 이용한 금융 기사를 구매해 기업의 수익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로봇이 편집까지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The Guardian)에서는 ‘더롱굿리드(The Long Good Read)’라는 이름의 종이 신문을 발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작성·선별 및 신문 편집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는다. 맞춤형 신문을 제작하는 벤처기업 뉴스페이퍼클럽과 손을 잡은 가디언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로봇에게 신문의 전권을 맡겼다.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사 가운데 길이, 주제, 소셜미디어 공유 횟수, 독자 반응 등을 분석해 핵심적인 기사들만 뽑아낸다. 그리고 선별된 이 기사들은 뉴스페이퍼클럽이 제공하는 신문 자동편집 도구를 거쳐 종이신문으로 제작된다. 이렇게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종이신문이 탄생했다.
  이렇듯 로봇 저널리즘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이라고 불리며 해외 유력 언론사들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최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면서 로봇 저널리즘이 국내에 상륙했다. 이를 두고 로봇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상반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전망과 한계

  로봇 저널리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속보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로봇 기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미국의 LA타임즈에서 개발한 퀘이크봇(QuakeBot) 소프트웨어는 지진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하는 정보가 수집되는 순간 바로 기사로 작성해 송고한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은 단 0.3초이다. 또한 국내 서울대학교 HCI+D 연구소에서 개발한 프로야구 뉴스로봇은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자동으로 요약·정리해 뉴스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 주가 동향, 재난 정보 등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로봇 기자의 데이터 수집·분석·축적 능력은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강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독자에 따라 개인화된 기사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로봇 기자의 능력은 데이터를 수집·분석·축적하는 데에 있다. 최근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사용자의 신체 정보와 연계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개인의 활동과 연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로봇 저널리즘이 이를 파고들 수 있게 됐다. 독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알고리즘을 통해분석해 개인 맞춤형 기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용자가 원하는 기사만을 선별해 보도하거나 같은 내용의 기사라도 독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관점을 달리해 기사를 제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로봇 저널리즘의 탄생 목적이기도 했던 단순반복적인 업무의 대체 가능성이다.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이유는 특별히 고장이 나지 않는 이상 로봇은 인간보다 정확하고, 정밀하며,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장을 작성할 때 여러 나라의 언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다면 데이터의 입력과 동시에 여러 언어로 번역된 기사가 자동으로 작성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로봇이 쓰는 기사에서 저널리즘을 찾아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서는 우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홍성구 교수에게 자문을 구해보았다.
  홍 교수는 “저널리즘에는 좋은 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언론’에 대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이해관계로 인해 형성되는 대립구조 사이에서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공정성을 지키는 자세에는 기자의 직업 윤리의식이 요구되는데, 과연 로봇에게 이러한 윤리의식을 찾아볼 수 있는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로봇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일본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인간의 표정을 분석해 흉내 낼 뿐이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 인간을 완전히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이 쓴 기사를 로봇이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의 미래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로봇 기자가 ‘기레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망각한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일부 기자들이 기레기로 전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기자들의 치열한 속보 경쟁에 있다. 언론에 있어 새로운 정보를 보다 빠르게 전달함은 가장 핵심적인 임무다. 그렇게 해야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광고를 확보할 수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을 막론하고 모든 매체에서 중요한 수익이 바로 광고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매번 새롭고 신선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경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만을 쫓다보니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로봇 저널리즘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홍 교수는 “언론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하는데 로봇 저널리즘이 빠르게 뉴스를 찍어낸다는 이유로 그를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독립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로봇 저널리즘은 해결책이 아니라 현재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려는 방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저널리즘

  홍 교수는 “꼭 빨라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미 수많은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바로바로 얻을 수 있고, SNS 등과 같은 인터넷 매체에 차고 넘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더 빠르게’ 밖에 없는 것일까?
  언론의 역할은 사건사고를 보도하고 사회를 비판·감시함과 동시에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대중은 자신을 대변해줄 매개체를 굳이 어렵게 찾지 않아도 직접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방법은 많고 굳이 뉴스를 신속하게 찾아보지 않아도 언제든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즘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사는 다른 종류의 글과는 달리 사실과 진실에 기반해 독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성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자라는 직업에 열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기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 ‘기레기’라는 말이 사전에 올라가는 상황에까지 왔기 때문에 로봇에게 위협받는지도 모른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 필요한 것은 권위 있는 논평과 양심 있는 기자”라고 말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 앞에 무슨 단어가 붙느냐가 아닌 저널리즘 그 자체의 가치를 되찾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동환·이준환, 「로봇 저널리즘: 알고리즘을 통한 스포츠 기사 자동 생성」, 한국언론학회 2015년 봄철정기학술대회, 2015
오세욱, 「저널리즘과 알고리즘의 만남: 알고리즘 핍진성」, 한국언론학회 2015년 봄철 정기학술대회, 2015
이원재, 『소셜 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어크로스, 2014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한국언론진흥재단, 2015


안은 기자 <eun977@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