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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못한 꽃 20만 송이, 나비로 귀향시킨 7만 명의 사랑
작성자 : 강대신문사 문화부
작성일 : 2016-08-05 14:58:03
조회 : 209
호년월일 : 제1228호 2016년 3월 7일
발행일 : 2016-03-07

7만5천2백70명의 눈물로 빚어진 홀로코스트 영화

 영화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종군 위 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나눔의 집에서 본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 들’을 모티브로 시작됐다. 강일출 할머니 (1928∼ )의 ‘태워지는 처녀들’은 일본군 의 감시 아래 한쪽 불구덩이에서 친구 들이 타 죽어가는 끔찍한 학살을 보며 겁에 질린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한 조정래 감독은 2002년부터 개봉할 때 까지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모 국회의원 에 의한 2차례의 협박도 있었으며, 남성 감독이 위안부 소녀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 할 수 있겠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깊 숙이 자리 잡은 친일 세력들에 의해 영 화 제작비 문제로 골치를 썩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조정래 감독은 공식홈페이지 를 열고 계좌후원, ARS문자후원, 스토 리펀딩, 유캔 펀딩 등을 통해 국민 7만5 천2백70명의 후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총제작비 25억 중 50%를 확보 할 수 있 었다고 한다. 영화제작에는 배우 및 제작진들의 재 능기부도 한몫 했다. 조명, 미술 등도 모 두 재능기부로써 이루어졌고, 작품에서 배우겸 PD로 활약한 임성철 군의 장모 는 대출을 받아서까지 제작비를 지원 했 다. 또한 5명의 재일 교포는 출연료를 받 지 않았고 비행기 값, 숙박비 등도 본인이 부담했다. 여주인공 정민 역으로 참 여한 재일교포 강하나 양의 경우 일본에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 제로 영화가 상영되기 전 조정래 감독은 “일본 우익세력들이 극성이라 영화가 개 봉되면 하나가 일본에 살기 어려워 질 수 도 있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협박을 받 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귀향’은 상영관 수 문제로 다시 한 번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시 네마의 경우 상영을 일절 거부했고 CGV 의 경우 흥행 정도에 따라 상영관을 배 부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처음 예정 된 상영관은 전국 46개였다. 하지만 국 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인해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달성했고 롯데시네마와 CGV에서도 상영을 실시했다. ‘귀향’은 지 난달 24일 상영관 수 5백12개를 확보한 채 개봉했다. 또한 지난 2일 기준 총 7백 93개의 상영관에서 누적 관객 수 1백80 만 3천8백13명을 기록하는 등 상영관 수와 관객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곳곳에서 다양한 캠페인 활동도 생겨 나고 있다. 지난 1월 ‘hug-together’이라 는 이름으로 귀향 홍보 캠페인이 진행됐 다. 이 캠페인은 캠페인 포스터와 영상 을 공유하는 행사로 이로 인해 모인 후 원자는 4만 명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귀 향’ 개봉에 큰 역할을 한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SNS를 통한 손 글씨 캠페 인도 함께 진행 했다. 제타미디어에서는 ‘ 모두의 모임’이라는 소셜 모임을 통해 귀 향 함께 보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함께 보기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영화 비용의 절반을 지급받았다. 현재는 ‘위 안부 SOLVE 캠페인’이 온라인상에서 진행 중이다. ‘SOLVE’는 Serious Open Lasting Voluntary Effort의 약자로 위 안부 문제는 심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해결된다는 뜻이다. 이 캠페인은 릴레이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로 지목당한 사람은 위안부 문제에 관련 된 글을 온라인상에 올려야 한다. ‘ 귀향’의 선풍적인 인기는 위안부 문제 를 지각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평 화의 소녀상에 대한 다양한 행보로 나 타났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소녀상이 설 립될 예정이며 춘천에서는 소녀상 건립 을 위한 건립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라 고 한다. 최초로 전국 개봉된 위안부 영화인 ‘ 귀향’은 한사람의 결심에서 부터 시작했 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 영 화이다. 만약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귀향’은 전에 나왔던 위안부 영화들처럼 개봉하지 못하 거나 적은 상영관으로 만 족해야 했을 것이다. 이 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고 외면한다 면 일본에 있는 수 많은 우익세력들과 우리나라의 친일세 력들에 의해 20만 영혼들은 귀향하지 못할 것이다.

 

20만 영혼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이는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대사이다. 한 맺힌 영혼을 위로하고 귀향시키고자 제작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20만 위안부를 상징하는 나비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것 으로 마무리 된다. 때문에 이 영화 는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넋을 위로하고 귀향시키기 위한 ‘씻김굿(호 남지방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 으로 천도하기 위하여 행하는 굿)’이 라 이야기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희 망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 하는데 이는 위로의 의미를 담아내 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 으로 사용되는 소재는 괴불노리개 이다. 괴불노리개는 벽사(액운을 막 는다는 의미)의 의미가 있는, 어린아 이나 부녀자들이 착용하던 장신구이다. 정민의 어머니도 이런 기원을 담아 정민 에게 노리개를 만들어 준다. 괴불노리개 는 복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 초 반에 괴불노리개를 다른 사람에게 주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후에 정민이 영옥에게 괴불노리개를 건 네며 위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정 민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민은 예상처럼 죽음을 맞이한 다. 이를 보면서 괴불노리개가 정민에게 있어 불행을 상징하는 소재로 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리개는 영화 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된다. 괴불노리개가 은경과 정민을 이어주는 매개로 사용되는데 이로 인해 ‘ 씻김굿’이라는 넋의 위로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괴불노리개가 은경 과 정민을 이어주는 매개로 작용하지 않 았다면 이 영화 속 넋의 위로는 진행 조 차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상징 적인 소재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하지 만 대부분의 소재들이 전형적인 클리셰 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 다. 여러 위안부 단체에서 사용된 나비 를 계속해서 등장 시켜 활용한다거나, 영옥의 응어리짐이 암으로 나타나는 등 전형적인 클리셰들이 지속적으로 사용 돼 예상하기 쉬운 영화를 만들어 낸다. 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물 로 기용된 것은 은경이라는 인물이다. 은경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 한 인물로 그 누구보다 위안부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이 괴불노리개라는 매개를 통해서 정민에게 동화 되고 결국에는 혼을 위로 하는, 즉 ‘씻김굿’을 하는 주체가 된다. 여 기에서 중요한 것은 은경이 굿을 할 때 사람들 사이사이에 일본 군인들의 형상 이 나타나 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다. 필자에게는 이 장면 자체가 상징으 로써 받아들여졌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영옥을 제대로 이해하고 위로 할 수 있 는 것은 ‘씻김굿’의 주체가 된 은경뿐이 다. 그런데 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 속에 일본 군 형상이 있다 는 것은, 결국 일본군을 만들어 내는 것 은 우리들의 무관심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 느꼈다. 필자가 이렇게 느낀 데에 는 한 가지 장면이 크게 작용했다. 주민 센터에서 위안부 신고를 받을 때 상처받 을 만한 말들을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그 장면이다. 위 안부를 부끄러운 과거라 치부하고 단순 히 행정용으로만 생각하는 모습에 멸시 를 느꼈고, 어쩌면 그 무엇보다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욱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귀향’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영 화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홀 로코스트 영화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 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귀향’ 이 작품성이 있지는 않다. 클리셰도 뻔 했고, 플롯도 평범했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의 편집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수많은 나비가 날고 있는 장면 도 보면 볼수록 괴리감이 들었다. ‘차라 리 죽은 정민이 헤어진 부모님과 대화하 는 장면만 나왔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영 화를 보는 내내 화가 치밀고 감정이 복 받쳤다. 조정래 감독의 위로와 귀향(鬼 鄕)을 위한 굳은 다짐이 영화 내내 위안 부 문제를 부각 하는데 큰 힘이 된 것이 다. 이 영화가 14년에 걸친 노력으로 만 들어졌다는 것과 이곳에 담겨있는 것이 단순히 뻔한 스토리와 구성의 영화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품 성에 상관없이 이 작품이 흥행하고 추천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좋은 작품이 아니지만 좋은 작품 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수많은 노력과 절실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보 는 내내 몰입하며 영화를 감상했고, 분 노했고, 슬퍼했다. 특히 엔딩크레딧에 나 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들은 필자의 심금을 울렸다. 엔딩크레딧에 올라온 후 원자 목록에 나의 이름이 새겨졌다는 것 또한 큰 북받침으로 다가왔다. 만약 누군가가 작품성을 따져가며 이 작품을 낮게 평가 한다면 “누군가의 심금을 울 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 작 품은 나의 심금을 울렸다”라고 말할 것 이다.

 

이우정 기자 <minerva000@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