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강대신문 > 문화
나비의 몸짓이 흙 속 동백을 피워내고 자연 속의 달이 예술을 속삭인다.
작성자 : 강대신문사 문화부
작성일 : 2016-08-10 10:57:38
조회 : 321
호년월일 : 제1234호 2016년 05월 09일
발행일 : 2016-05-09

나비의 몸짓이 흙 속 동백을 피워내고 자연 속의 달이 예술을 속삭인다.

 

3월부터 ‘문화예술형 시티투어 버스’와 e트레인이 춘천에서 운행된다. e트레인은 문화와 체험을 결합한 교육 전용 열차로 연간 이용객이 4만여 명에 달하는 인기 관 광 상품이다. 이 열차에는 에듀실과 3D프로젝터 등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시작된 농촌체험관광열차, 호수문 화열차에 이은 세 번째 테마관광 열차이기도 하다. e트 레인을 타고 춘천에 도착하면 김유정문학촌과 레일바이 크 등에 들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소 양강스카이워크, 서면 토이스튜디오, 어린이램핑장, 캠프페이지 물놀이장 개장에 맞춰 코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문화예술형 시티버스는 기존 남이섬 순환, 맞 춤형 시티투어에 이은 세 번째 전용버스 투어 상품이다. 춘천시가 구상 중인 코스는 사북면 지암리 ‘이상 원 미술관’과 명동 ‘한류거리’, ‘김유정 문학촌’, ‘춘천국 립박물관’, ‘권진규 미술관’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짜여 있다. 춘천시는 코스마다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미술 관을 비롯한 각 코스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며 3월 달부터 5월까지 매주 토요일 시범운행 할 계획이다.

 하루 교통비 3천원과 입장료 8천원이면 김유정, 권진 규, 이상원 작가를 전부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형 시티 투어 버스의 시범운은 5월이 마지막이다. 시범운에 참여한 춘천 시민 이현숙 씨는 “평소 예술 공간이 위치 한 장소만 알았지 실질적으로 찾아가본 적은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예술 공간들을 돌아보면서 해설을 함께 들으니 유익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만약 관광객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 버스는 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기자는 늦기 전에 춘천에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을 찾아 시티투어버스를 탑승했다.

 

흙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권진규 미술관’

 

 춘천역에 새워진 시티투어 버스를 타 고 처음으로 향한 곳은 ‘권진규 미술관’ 이다. ‘권진규 미술관’은 지난해 12월 5일 춘천에서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권진규 는 한국 근대 미술의 3대 거장 중 한명 으로 한국 조각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인 물이다. 그는 천재라고 불린 작가음에 도 미술관이 개관하기 이전에는 ‘권진규 사이버미술관(www.jinkyu.org)’에서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을 정도로 대중 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그러 나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가 그의 작품 1 백50점을 매입하면서 작가의 작품세계 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흙을 만지고 노는 것 을 좋아하던 그는 작품 역시 대부분 흙 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건칠, 테라코라, 석고를 사용하여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 려낸 조각들은 우리에게 인간의 본연적 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그가 조 각한 여인들의 모습과 자소상을 보고 있 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본질 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다소 서양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에 정신적인 면모 를 추구하는 동양의 기법이 접목되어 나 타나는 효과이다. 권진규는 인간의 모습 을 외면적이고 내면적으로 묘사해낸 것이 다. 이러한 그의 최초의 모델은 일본 유학 시절에 만난 여학생 ‘오기노 도모’다. 그 후 귀국후 동거인이었던 ‘희’를 비롯해 제자인 ‘지원’, ‘애자’, ‘현옥’, ‘혜정’, ‘순아’ 등 이 모델이 됐다. 작품들은 제작한지 40년 이 지났음에도 누군지 파악할 수 있을 정 도로 자세히 묘사 됐다고 한다.

 권진규의 작품들을 보면서 기자가 처 음 느낀 감정은 괴기스러움이다. 그 감 정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생각을 전시 를 관람하는 내내 계속해서 했다. 그리 고 권진규의 여인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가지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형태의 가치와 사고 를 가진 채로 살아가지만 심연으로 나 아갔을 때 결국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 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 사람 들은 자신과 같은 것에 끌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에 반감을 느낀다 는 것, 하지만 반대로 자신과 너무 똑같 은 무언가를 만났을 때에도 반감을 느낀 다는 점이 그것이다. 권진규의 여인들은 분명 다른 형태로 제작 되었다. 그러나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같은 작 품이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나도 저 작품들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자신 의 본질에 대한 혼란과 괴기스러움에 빠 지게 된다. 그리고 그로인해 자신을 제 3 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결국에는 작품들을 하나하나의 나로 받아들인 채 진정한 본질에 대해 깨우치도록 해주는 장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권진규 미술관’이다.

 복잡한 감정을 지닌 채로 3층과 4층 전시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애니메이션 장난감 박물관’과, ‘화 장난감 박물관’ 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탄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제야 볼만한 것이 나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 고 농담을 나누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 었다. 나 또한 ‘권진규 미술관’에서의 무 거움을 떨치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추 억이라는 곳에 발을 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선생님들도 추억에 빠졌는지 오히려 ‘우리가 신난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달아실’이라 명명된 이곳은 추억과 사색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공간 인 것이다.     

 

의암호 앞에 내려앉은 문화의 나비 '춘천 상상마당'

‘권진규 미술관’을 지나 ‘명동 한류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춘천 상상마당’이다. 상상마당은 ‘강원 어린이 회관’이라는 이름으로 1980년 5월 24일 춘천에 처음 세워졌다. 당시의 설계는 20세기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故 김수군 건축가 이다. 건축물은 ‘호숫가에 펼쳐진 끝없 는 동심의 세계’라는 컨셉에 맞춰 디자인 됐다. 이 건축물을 위에서 내려다보 면 자연 속에 내려앉은 한 마리의 나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물이 내 부와 외부가 역동적으로 교차되도록 설계돼 있어 쉽게 자연 속을 오갈 수 있다. 현재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곳은 앞쪽에 공지천이 자리 잡고 있어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은 오가는 장소이다.

 주말 상상마당에는 많은 가족들이 나들이를 와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놀 고 있었고, 운동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며 주변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도 주변 풍경에 취해 잠시 바람을 맞다가 진행하고 있는 전시가 있나 확인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전시실에서는 ‘사진적 카이로스’라는 사진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진을 구 경하다 홀에서 음악소리가 들려 홀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인디 싱어 송 라이터  ‘Voque’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수 는 자작곡 ‘한강의 오후’를 부르고 있었다. 한강에서 연인과 사랑의 노래를 속 삭이는 내용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 며 ‘춘천사람들은 상상마당 앞에서 사랑 을 속삭이지 않을까?’, ‘이곳이 춘천의 한 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공지천 풍경을 보며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 소리 를 듣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어 다시금 밖으로 나왔다. 기자는 음악 을 들으며 잠깐의 단잠을 청했다. 다음 코스로 이동할 시간이 되어 문화 해설사 가 기자를 깨웠지만 다음 코스에 대한 기대로 부푼 마음에 아쉽기만 하지는 않았다.

 

춘천에 피워진 동백꽃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 문학촌’은 김유정기념사업회에 서 지난 2002년 8월 6일에 개관한 문학 관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김유정 작가의 문학적 업적과 문학 정신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실레마을이라는 실제 작 품의 무대를 중심으로 조성 되었다. ‘김유 정 문학촌’에서는 매년 김유정기념사업 회를 중심으로 김유정 추모제, 김유정 문 학제 등 김유정 작가를 추모하기 위한 다 양한 행사들을 기획, 운하고 있다. 문학촌은 1930년대 김유정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해 복원한 생가와 기념전시관 및 작품 12편의 무 대가 된 실레마을로 이루어져있다. 실 레 마을은 한자어로 ‘증리(甑里)’라 한 다. 이는 산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의 모 습이 마치 떡시루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전국 에 있는 문학관 중에서 유일하게 촌(村) 아리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문학관이 다. 다른 코스와는 다르게 세간에 많이 알려진 장소다 보니 많은 사람이 북적 다. 한쪽에서는 김유정의 생애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평소 작품으로 만 만나던 작가를 생애를 통해 마주하 니 그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 더 가까워 졌다. 또한 작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 민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김유정 관련 전시들을 보기위해 기념 관에 들어서니 문화해설자가 해설을 하 고 있었고 한쪽에는 눈에 띄는 노년의 여성이 있었다. 가는 길을 막고 물어보 니 동강문학에서 등단한 작가다. 현 재는 한국 크리스천 문학에서 활동 중 이라 이야기했다. 기자는 평소 김유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고 엄순현씨는 “강원도의 그윽하고 풋풋한 정 서를 우리의 언어로 효과적으로 표현해 현시대에는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제시 해주는 작가”라고 대답했다. 이어 “김유 정 문학촌에 와서 해설사의 말을 듣는 것이 어떤 문학 강좌보다 유익했던 것 같다”고 말했고 “김유정의 생애를 통해 평소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 을 수 있었다”며 ‘김유정 문학촌’에 온 소 감을 이야기 했다. 김유정은 시대의 모든 것이 문학의 소 재라고 생각하는 작가다. 그리고 당대 의 소작농과 같은 소외계층을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등장시켰다. 여기서 주목 할 점은 그러한 사회적 문제를 품고 있 는데도 불구하고 순수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평소 다양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지만 한번쯤은 문학촌에 들려 그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보는 것 도 좋을 것 같다. 

 

자연 속에 떠오른 문화예술의 달 ‘이상원 미술관’춘천에 피워진 동백꽃 ‘김유정 문학촌’

1935년 춘천에서 태어난 이상원 화백 은 일제와 한국전쟁, 근대화를 모두 겪은 인물이다. 굴곡 있는 한국 20세기의 역사 와 함께 해서 그런지 그의 작품 대부분은 화려한 사회 속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삶 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극사실주의 기 법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민중들의 험 난한 삶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작인 ‘동해인’만 보더라도 동 해 주민들의 민중적 강인함과 소외로 인 해 생겨난 아픔이 한데 어우러져 나타난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도 후반부터 2000년 초반에 는 국립러시안뮤지움, 북경미술관, 상하 이미술관 등 해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개최했다. 특히 1999년 국립러시안뮤지 움에서 열린 초대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생존 작가로는 샤갈 다음으로 가지게 된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지에다 유화와 수묵을 접목시킨 것은 이상원 화백이 처음이다. 이에 이화백은 2001년 상 하이 미술관의 전시회에서 ‘수묵의 진정 한 현대화’라는 평가를 받는 등 현대 수 묵의 대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 다. 작품에는 늙은 것과 낡은 것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 늙은 것 과 낡은 것은 추하지 않다. 노인의 얼굴 속에 있는 조그만 주름 하나 마저도 아 름답게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미술관을 짓고 싶다는 그의 소망에 따라 ‘이상원 미술관’은 화악산 자락에 건립되었다. 미술관은 마치 산에 걸린 보름달을 형상화 한 것처럼 둥게 만들어졌다. 미술관이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직원 이 전동차로 미술관까지 데려다 주었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는 유리공방, 도자 공방, 은공방이 있었고 반대편에는 계곡 물줄기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실로 대 자연 속에 숨 쉬는 예술 공간이었다. 미술관에 도착한 후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 라 작품을 감상했다. 이상원 화백은 우리가 소외하고 소홀히 하고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굴해 내는, 진정으로 세상과 삶을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트랙터 의 바퀴자국에서 인간 삶의 여정을 찾아 냈고, 강이나 바다에 폐기물과 부유물이 집적되어 만들어진 수막에서 인간의 마 음 속 깊이 감춰져있는 분명하지 않는 내 면적 모습을 발견해 냈다. 소외받는 존재 들의 아픔까지도 사랑으로 감싸주는 이 상원 화백에게는 버려진 쓰레기조차 깨 달음의 대상이었다. 이를 보며 평소 소홀 이 하던 것들에서 아름다움과 깨달음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기자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빠른 발걸음을 이어갔다.

 

이우정 기자<minerva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