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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시인을만나다]-최계선(3)-이 눔아 내 집 냉큼 내려놔라(본문)
작성자 : 강대신문사 문화부
작성일 : 2018-03-12 0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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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271호 2018년 3월 12일
발행일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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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눔아 내 집 냉큼 내려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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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옥 명예교수 (불어불문학과)

 



나는 20161121일치 강대신문에서 최계선 시인을 소개하며, ‘이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하고, 파편적이지만 반짝임, 절망 속에서이지만 기쁨을 찾아내려했으나, 세상을 뒤덮고 있는 재앙이 워낙 두터워, 반짝임기쁨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이는데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하는 물음을 독자들에게 갖게 했으나, 이후 시집을 내지 않았으니 20년이 넘도록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답난이 채워지지 않는 한, 미완인 채로인 최 시인의 시세계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여전히 최 시인의 다음 시집을 기다리는 까닭이다.’ 이런 식으로 그 글을 마무리한 적이 있는데, 반갑게도 2017년 그의 세 번째 시집이 발간되었다.

 

동물시편, 24년만에 나온 새 시집 제목이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재앙속에서 파편적이지만 반짝임, 절망 속에서이지만 기쁨을 찾아내려는 시인의 노력은 이 시집에서는 결실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게, 섣부를지 모르나, 내 판단이다.

 

뒷마당에 뒹굴던/ 갈색 잎사귀/ 돌개바람 타고/ 호로록〜〜 떼 지어/ 하늘로 몰려가네”(참새,전문).

외할머니는 사과 깎으시고/ 윗방에 사는 누에들은/ 달빛 날개 다는 꿈을 꾸면서/ 사각사각/ 뽕잎 갉아먹습니다.”(누에, 전문)

새벽 하늘에 이슬 걸렸습니다./ 아침 하늘이 걷어가겠지요.”(거미 2, 전문)

이렇게/ 이쁜/ 이름을 지어준 사람에게/ 이 아침의 햇살을.”(무지개송어, 전문)

 

동물시 92편으로만 엮은 이 시집의 처음 두 편과 마지막 두 편의 시 전문이다. 하나 같이 평화로운 이미지, 풍경을 담고 있는 시편들이지만 재앙을 견디고 살아남은 기쁨반짝임의 여정을 읽어낼 수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물들과 그 주변을 살피는 시선이 회고적이 아니라, 그냥 어린 시절의 시선, ‘재앙이 덮치기 이전, 세파에 때 묻기 이전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표제시 만 해도 그렇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살아 지붕과 천장 사이의 공간, 다른 말로 쥐들의 천국을 모르는 세대들에게 이 시는 우의적으로 읽을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지만 쥐들의 천국을 함께 산 이들에게 이 시는 그 시절을 다시 살게 하고, 그 시절의 감각을 되살려 준다. “”, “다다다닥”, “찌찌찌찍”, “부비부비”, “씨익등 의성어, 의태어 그리고 되풀이 사용된, 시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기호는 될 수 없는 부호, 물결표 역시 이 시를 동물 그 자체로 읽지 상징 또는 알레고리로 읽기를 사뭇 머뭇거리게 한다.

 

거의 다 식은 연탄재 위에 배 깔고/ 엎드려 겨울을 내다보던 너희들 위해/ 헛간 한 구석 구걸해서 마련한 집/ 일곱 번이나 옮겨야 했던 그/ 그때의 마을 강둑에 돌아와/ 그때도 늘 그랬던 것처럼 혼자 앉아보니/ 이제야 알겠네, 내가 아닌 너/ 너희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었다는 거.”(고양이, 전문)

 

이 시를 보면 동물시편⟫⟫의 시들이 엄격하게 따져 사물시physical poetry냐 할 수도 있겠지만, 표제시 등 앞에서 소개한 시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시들은 대상화된 동물 그 자체로 읽는 것이 우화시, 알레고리로 읽기보다는 시를 제대로 읽는 방법일 듯하다.

아폴리네르의 동물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두 시인의 가재전문이다.

 

흐르는 산에서 물 만나/ 가랑이 쩍 벌리고 머리 담그면/ 시원하겠지.// 디딤돌 옮기려하니 물속에서/ 양 집게손이 쩍쩍 거린다./ ‘이 눔아 내 집 냉큼 내려놔라!’// 이분 성질머리 한번 대단하시다/ 머리 치워드리면 화가 좀 풀리시려나.”(최계선, 가재, 전문)

 

확실한 것이 없구나, 오 나의 희열들아/ 너희와 나, 우리는 함께 간다만/ 가재들이 걸어가듯,/ 뒷걸음으로, 뒷걸음으로.”(아폴리네르, 동물시집, 황현산 옮김, 난다, 2016, 51)

 

뒷걸음질 치는 [아폴리네르의] 가재는 전통적으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에서 점점 멀어지는 나쁜 상황을 우의”(황현산)하지만 최 시인의 가재는 어린 시절 깊은 계곡에서 잡던 가재의 모습, 어린 내 눈에 비친 바로 그 가재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