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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시인을만나다]-한승태(1)-“날개를 달아주고 심장을 물어뜯고” (본문)
작성자 : 강대신문사 문화부
작성일 : 2018-03-25 21: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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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년월일 : 제1273호 2018년 3월26일
발행일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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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1)

"날개를 달아주고 심장을 물어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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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옥 명예교수(불어불문학과)

 

한승태 시인은 불어불문학과 87학번으로, 군대에 다녀온 후 복학생 시절인 1992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단에 나왔다. 그로부터 꼭 10년 후인 2002년에는 현대문학⟫ ⟨신인상(시 부문)을 받았으며, 작년(2017), 등단 25년 만에 첫 시집 바람분교를 냈다.

 

뒤란 2란 시, ‘유리동물원 16’이란 부제가 달린 시들로 보면 시인이 연작시를 여럿 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어찌된 셈인지, 이번 시집에는 연인연작시 두 편만을 실었고, 그 시편들에 시집의 맨 앞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도 한승태 시인의 시 읽기를, 이 순서에 따라 연인연작시로 시작하자. 우선 연인을 뜯어본다.

이 시는 의 이미지로 짜여졌다. 첫 연은 ’, 둘째 연은 , 셋째 연 첫 행은 둘째 행은 ’, 넷째 연 첫 행은 둘째 행은 과 관계가 있다. 아마 시인은 연인관계 또는 사랑을 뱀과 새의 이미지로 구체화 하고 싶었던 듯싶다. 사랑하는 사람은 새이기도 하고 뱀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랑받는 사람 또한 사랑 때문에 새가 되기도 하고 뱀이 되기도 한다.

첫 연과 둘째 연.

풀어주다’, ‘날아가다’/‘놓아주다’, ‘도망가다는 자유, 해방의 이미지이며 깊숙이’, ‘신음 소리’, ‘않았다는 그 반대편에 자리 잡는다. 사랑이란 이렇게 이중적이다.

셋째 연.

저승에서 나온 날, “하늘에서 떨어진 날’(‘천사를 연상하면 더 뚜렷하다)와 연관이 있는데 둘 다 삶과 죽음 사이를 연결해주는이중적 의미에서의 사신使臣/死神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구들이다. 나는 이 연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두 장면, 11마리의 를 이용해 자기 별에서 탈출하고 의 도움으로 자기 별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넷째 연.

사랑 또는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날게 하지만() 동시에 심장을 물어뜯어상처를 주고 고통을 준다().

 

연인 2를 같은 맥락에서 읽는다.

 

그것은 거대한 감옥 또는 사원일 터이다

 

넝쿨 나무 두 그루가

좌우에서 자라 올라가며 서로를 비끄러매듯

남자와 여자는 키스를 하고 있다

흡사 그들은 두 나무의 뿌리 같다

벽돌이 촘촘히 쌓여진 건물은

한쪽 면만을 보여준다 그저 벽이다

그들이 앉은 돌 벤치는 차고 길다

마치 들어가 눕기에 좁지 않은 관처럼

남자의 서류가방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한쪽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 옆으로

격자무늬 쇠살문은 벽을 굳게 잠그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정방형의 총안銃眼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입 벌린 사랑처럼 줄줄이 뚫어놓았다

 

남자와 여자는 한때

너무 무성하여 벽을 다 덮고도 남았을 것이다”(연인 2전문)

 

우선 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둘째 연을 보자.

키스하며 꼭 부둥켜 앉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은 빼곡하게 얽힌 두 그루 넝쿨나무 같은데 소나무나 참나무로 치면 그 뿌리뭉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서류가방은 아마 남자의 과거 이력(여자의 것도 함께일까)을 숨긴 보따리일 텐데 그것의 규모 역시 만만치 않겠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것들이 만들고 있는 벽돌이 촘촘히 쌓여진 건물은 몇 개의 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쪽 벽에 격자무늬 쇠살문이 있어 마치 그 벽에 달린 자물쇠를 닮았다. 그 쇠살문을 통해 비치는 격자모양의 그림자는 사각형모양의 총안을 다른 쪽 벽에 뚫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시인은 그 모습을 입 벌린 사랑이라고 말한다. 넝쿨나무처럼 얽히고 파고들어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 만들어지는 벽은 어쩔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일까.

시의 처음과 마지막 연.

한때가 아니라(어떻게 한때뿐이었을까) ‘오랫동안그들 사이의 얽힘(사랑이라고 하자)이 엄청나다 해도(마지막 연) 사랑이 쌓은 탑, 연인이 함께 놀던 궁전은 거대한 감옥이고 잘해야 옴짝달싹 못할 사원일뿐이다(첫 연).

시와 구두점. “그들이 앉은 돌 벤치는 차고 길다/ 마치 들어가 눕기에 좁지 않은 관처럼/ 남자의 서류가방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이 시구는 구두점 마침표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나처럼, ‘차고 길다다음에 마침표를 찍으면 관처럼서류가방을 꾸미고, ‘관처럼다음에 찍으면 관처럼돌 벤치를 꾸민다. 시 읽기의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계속)